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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일그러진 우리의 일상

하태훈 교수(고려대 로스쿨)

'역동성, 부지런하고 성실함, 인정 많고 착함, 뜨거운 교육열'. 우리 국민성을 평가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들이다. 그렇다. 이런 긍정적 요소들이 잘사는 민주국가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아직 세계 일류국가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적지 않다. 우리 일상의 삶을 되돌아 보면 '빨리 빨리, 좋은 게 좋은 거, 적당히 적당히' 등등이 일류시민으로 가는 길목의 장애물임을 알 수 있다. 조급하고 철저하지 못하며 내 편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부정적 국민성으로 지적된다.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제대로 켤 수 없게 만든 원전비리가 부정적 국민성의 종합판이라고 불러도 이견은 없을 것 같다.

우리의 이러한 행동양식,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요약하면 '땡겨살기, 끼어들기, 따라 하기'로 표현할 수 있다. 조급한 마음에 아이들이나 어른 모두 시간의 자연스런 흐름에 맡기지 않고 앞 당겨 산다. 아이들의 선행학습이 그 예다. 교육열에 불타 유치원 때부터 좋은 대학 입학을 생각한다. 미리 학습하고 또 학습하니 고등학교 때까지는 어느 선진국 또래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대학입학 이후에 선진국 대학생들보다 낫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수많은 신용카드를 소지하면서 할부구매를 하는 것도 땡겨살기의 예다. 그러나 삶이란 미리 당겨 배울 수 있는 것도, 경험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계획할 수 있을 뿐이다.

여기 저기 끼어들어 내 편 네 편을 갈라놓는다. 다른 생각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나와 내 편만 있고 너와 우리는 없다. 이분법적인 사고로 여기 저기 끼어들어 갈등과 대립을 부추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관용이 부족해서 그렇다. 이런 현상은 극단으로 치닫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나 인터넷 댓글에 그대로 드러난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남을 재단하고 낙인을 찍는다. 불쑥 끼어들기는 도로교통에서도 일상으로 경험하는 현실이다.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도 불공정한 끼어들기의 전형이다.

교육수준과 경제수준 높아지면서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있지만 집단적 성향 때문인지 혼자이길 불안해한다. 그래서 너도 나도 남을 따라한다. 누가 무엇이 좋다고 하면 소신 없이 부화뇌동한다. 그러다 가랑이 찢어지는 줄 모른다. 자신을 믿고 자기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지 못하고 가치관이 곧게 서 있지 못하니 남을 따라 해야 덜 불안해서 그런 것이다.

우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만드는 '땡겨살기, 끼어들기, 따라 하기'가 사라져야 한다. 반드시 죽여야 사는 3가지 '기', 필살(必殺) 기다. 그러려면 전통적 교육기관인 학교, 가정, 종교가 바로 서야 한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했다. 그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성숙한 민주시민이 될 수 있도록 집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종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정, 학교, 종교가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야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풍부하고 함께 살아가는 삶을 영위할 건전한 민주시민이 길러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