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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한계에서 하는 자제

신봉철 변호사(법무법인 이산)

임신 초기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선언한 '로 대 웨이드' 결정을 미국 대법원이 한 지 지난 1월로써 40년이 지났다. 이 결정이 건국 이래 기독교 전통 속에 있는 미국에 가한 충격은 컸고 지속적이었다. 지난 2012년 대선 토론에서도 후보자들은 곳곳에서 이 결정을 언급했는데, 공화당 부통령 후보 폴 라이언은 자기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초음파 영상을 보니 콩알 크기의 생명이 뛰고 있었고 그래서 별명이 아직도 콩알이라고 말하며 위 결정을 비난했다.

지난 3월 미국 대법원은 동성결혼에 관한 2개의 사건 구두변론을 이틀에 걸쳐 들었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혼만이 캘리포니아에서 유효하다는 캘리포니아 주 '프로포지션 8'이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그 하나고,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혼에 한하여 연방법에 의한 부부특혜를 부여한 연방 결혼방어법(DOMA)이 수정헌법 제5조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나머지 하나이다. 구두변론에서, 위헌론은 판례에 축적된 평등 법리에 근거해 정교했지만, 반대논리는 종교적 신념이 묻어 법적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위 2개의 사건은 다음달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구두변론 며칠 전, 힐러리 클린턴은 "성적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미국인들은 우리 동료·교사·군인·친구·애인이다. 그들은 완전 평등한 시민으로서 시민권을 누릴 자격이 있고, 그 시민권에 결혼이 포함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리고 정책과 법 문제로서 동성결혼을 지지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그녀의 타이밍을 고려한 심모원려의 발언이었다.

긴스버그 미국 대법관은 1993년 취임 이래 대법원 안에서 줄곧 자유 지향 입장에 서 있었다. 그녀는 지난 11일 시카고 로스쿨에서, 여성의 (낙태)선택권을 지지하고 전임자들이 한 '로 결정'이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는 것이 자기 견해지만, 그 결정은 너무 몰아쳐 "법원이 낙태 반대자들이 줄기차게 겨냥하는 표적을 주었다는 것이 걱정이다. 그 결정은 변화의 방향에 있던 모멘텀을 정지시켰던 것 같다"면서, "법원은 변화의 측에 찬성의 도장을 찍어 그 변화가 정치 절차에서 발전하도록 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로 결정'을 하지 않았더라면, 선거에 의해 구성된 의회 내 토론 및 표결이라는 민주 절차에서 임신 초기 낙태죄 폐지가 이루어졌을 것이고, 그랬다면 대법원이 보수주의자들의 공격표적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이다. 케네디 대법관은 지난 3월 동성결혼 사건에 관하여 "민주주의가, 중대결정을 좁은 법적 배경을 가진 비선출직 9인이 해야 하는 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위 두 대법관들이 그 말대로 투표한다면, 성경을 믿는 많은 사람들 눈에 과도하고 너무 이른 사법 판단 즉 미국 50개주 전부에서 동성결혼금지가 위헌이라는 의미의 선언은 없을 것 같다. 결단될 판단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아가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 전부에서 동성결혼금지의 폐지 및 평등대우는 성취될 것인지, 성취된다면 정치 절차에 의할지 사법 절차에 의할지도 지켜볼 만하다. 정치 절차를 통하는 것은 어렵고 고통스럽고 성취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민주적이고, 사법 절차를 통하는 것은 쉽고 간단하지만 비민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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