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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돈 없어 벌금 대신 징역사는 사람들

하태훈 교수(고려대 로스쿨)

몇 백만 원의 돈, 누구에게는 하룻밤 술값이고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된 재벌에게는 국회불출석하고 벌금으로 낸 푼돈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매년 4만 명에 달하는 경미 범죄자들은 몇 십만 원, 몇 백만 원이 없어 벌금을 내지 못하고 교도소에서 소중한 자유를 속박 당하고 있다. 이는 기결수용자 수(2011년 말 3만1198명)를 넘는 인원이고 전체 교정시설 수용자(4만5038명)에 육박하는 숫자이다. 경제적 약자이자 사회적 소외계층이라서 더 많은 사회적 관심과 배려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임에도 벌금 낼 돈이 없다는 이유로 돈과 자유를 맞바꾸고 있다. 막말로 가진 것이 몸 밖에 없어 몸으로 때우는 것이다. 죄 짓고 힘없는 자라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징역을 산 장발장처럼 교도소에 갇혀 지낸다. 성격은 다르지만 수천억 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면서도 국민의 세금으로 경호를 받으며 자유를 만끽하는 어느 전직 대통령과 대비된다.

벌금형은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굳이 교도소에 보내지 않는 대신 벌금 납부로 죗값을 치르게 하는 형벌이다. 벌금형 집행을 담보하기 위해서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의 유치기간을 정하여 동시에 선고하고,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한 자는 노역장에 유치하여 작업을 시킨다. 문제는 노역장에 유치되는 이들은 대부분 돈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벌금형은 사실상 징역형과 다를 바 없게 된다. 벌금형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자에게는 재산을 빼앗기는 고통스러운 형벌이지만 돈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는 납부만하면 두렵지도 않고 고통도 주지 않는 형사제재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노역장에 유치된 대부분 사람들은 죄질이 무겁지도 않고 나쁜 사람들도 아니다. 경제적 능력만 되면 벌금을 납부해서 교도소 담장 근처에도 오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 범죄자에게 적합한 처벌이 벌금형인데 경제적 불평등이 형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법원의 유치기간 산정도 불평등하다. 총액벌금제면서도 유치기간 산정에는 일수벌금처럼 운영된다. 재판부 재량에 따라 노역장 유치기간이 선고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재벌총수들이 수천억 원의 벌금형을 받고도 노역장 유치기간은 몇 달만 선고된다. 하루 노역금이 보통 5만원이지만 그들에게는 2천만 원, 5억 원 등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속죄하면서 형벌의 중함을 알고 있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어 단지 벌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노역장 유치가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아무리 형벌의 경고기능을 무시해 괘씸하다고 하더라도 돈이 없어 그런 것일 뿐 교도소에 가두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그래서 벌금 집행방식을 자유형처럼 다양화해야 한다.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화해서 벌금을 산정하는 일수벌금제를 도입하고 사회 내에서 일하면서 벌금을 낼 수 있도록 이미 도입된 벌금대체 사회봉사제도와 벌금 분납·연납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래야 벌금이 적절하다면서 징역을 살리는 법원판결의 모순도 피할 수 있고, 죄 지은 자일지라도 그들의 인권도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