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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피치자의 승낙'과 법률

신봉철 변호사(법무법인 이산)

헌법재판소는 지난 달 21일 2010헌바132 결정에서,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률'인지 여부는 그 제정 형식이나 명칭이 아니라 그 규범의 효력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유신헌법의 긴급조치들은 최소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그 위헌 여부 심사권한은 헌법재판소에 전속한다"고 말했고, 지난 2월 28일 2009헌바129 결정에서, "민법 시행 이전의 구 관습법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것이므로 위헌심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0년 12월 16일 2010도5986 판결에서,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심사의 대상이 되는 '법률'이란 '국회의 의결을 거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하고, 위헌심사의 대상이 되는 규범이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닌 때에는 그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 데에 국회의 승인이나 동의를 요하는 등 국회의 입법권 행사라고 평가할 수 있는 실질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 유신헌법은 대통령이 긴급조치를 한 때에는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국회의 동의 내지 승인 등을 얻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긴급조치는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대상이 되는 '법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역사상 최초의 위헌법률심판인 미국 대법원 1803년 마부리 대 매디슨 판결을 보면, 대법원 논리가 권위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당시 마샬 대법원장은 판결이유에서 "헌법에 반하는 입법부 행위를 통제하지 않으면 입법부가 통상적 행위에 의하여 헌법을 바꿀 수 있다. 헌법이 최고이기에 통상적 수단에 의해 바꿀 수 없거나, 입법부의 통상적 행위와 같은 수준에 있어서 입법부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거나 중 하나다. 그 중간은 없다. 입법부 행위가 헌법에 반하면 법(law)이 아니다. 헌법에 반하는 입법부의 행위는 무효이다(an act of the legislature repugnant to the constitution is void)"라고 말했다.

헌법에 의하면, 법률의 효력이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근거(제37조 제2항)' 및 '기존 법률의 개정·폐지의 효력(제76조 제4항)'이다. '국회의 의결'이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정당한 근거는 그것이 '피치자의 승낙'이라는 데 있다. 긴급조치는 '피치자의 승낙'과 무관한 것이고, 관습(법)의 거의 전부가 '피치자의 승낙'과 무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의 효력을 가졌다면 가져서는 안 되도록 해야 한다. 긴급조치와 구 관습법이 법률의 효력을 갖더라도 이들은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되는 '법률'이 아니다. 위헌법률심판의 탄생과 전개는 그 대상을 입법부의 행위 즉 '국회의 의결'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들은 입법부의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법원은 위헌법률심판 권한과 무관하게 이들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당연히 할 수 있다.

'법의 지배'의 역사는 의회 밖에 있던 왕을 의회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었고, 법 위에 있는 의회를 법 아래로 끌어내리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취소할 헌법상 힘을 가진 기관이 없으니 헌법재판소가 법 위에 있을 위험이 있다. 법원의 영역을 침범해 영토를 확장하려는 헌법재판소의 야욕이 최근 노골적이다. 헌법재판소는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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