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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국회의 행정형벌 법정형 정비

하태훈 교수(고려대 로스쿨)

입법권은 국회의 본질적이고 전통적인 권한이다. 국회가 제·개정한 법률이 위헌인지는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에 의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으므로 국회의 입법권행사는 헌법재판소의 통제를 받는다. 그러나 법률에 아무리 정의롭지 않거나 불합리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어도 국회가 스스로 이를 개정하지 않거나 위헌결정이 나지 않는 한 국회가 의결한 법률은 그 효력을 갖는다. 사법부는 이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 여야가 '몸싸움 국회'를 방지하기 위해 합의하여 제정한 국회선진화법이 위헌일 수 있다는 여당의원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보통은 국회가 스스로 입법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이를 바로 잡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이런 점에서 이번 국회가 자신들이 입법한 행정법규의 처벌규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법정형을 정비하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입법권행사의 오류를 스스로 인정하고 바로 잡기 위한 기획은 늦었지만 환영받을 만하다. 강창희 국회의장의 말처럼 국회의 오랜 숙제였던 방대한 양의 법정형 정비는 국민의 법에 대한 불신을 덜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회사무처 법제실의 조사에 의하면 행정형벌이 6700여 조항에 달하는데 그 중 상당수가 유사한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의 불균형이 있거나 과태료 부과나 벌금형으로 족할 의무위반행위조차도 징역형이 법정형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형평성 시비도 일고 법에 대한 불만과 불신도 커지게 되는 것이다. 국회가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입법 활동을 하면서 다른 상임위원회가 제·개정한 기존 법률을 제대로 챙겨보지 못한 결과다. 법을 제정하면서 행정법규의 효율성과 단속의 편의성을 지나치게 고려하여 너도 나도 벌칙조항을 넣고 형량을 높여 놓은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법안도 부처마다 따로 따로 제·개정하다 보면 유사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법규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발족한 법정형 정비 자문위원회는 오는 6월까지 행정형벌 간 불균형을 고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정비 대상 조항을 선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 후 국회는 자문위 의견을 바탕으로 비슷한 불법 유형임에도 형벌 편차가 큰 법률이나 징역형과 선택적 관계에 있는 벌금형의 금액이 일관적이지 못한 법률 등의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에 그치지 말고 향후 처벌규정이 있는 법안을 발의할 때에는 유사 위반행위에 대한 다른 처벌규정을 반드시 참고하여 균형 있는 법정형을 마련하고 처벌과잉이 되지 않도록 법안발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행정형벌의 법정형 정비가 마무리되면 형법과 형사특별법도 손봐야 한다. 법정형의 불균형은 형법이나 형사특별법에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살인죄와 아동성폭행범죄의 법정형 간 불균형을 들 수 있다. 아동성범죄의 처벌 수위는 사형을 제외하면 살인죄보다 더 중하다. 성폭행 피해아동이 평생 안고 가야할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생명박탈의 아픔에 견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최고의 가치인 인간생명보다 중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중형이 반드시 성범죄 예방효과를 높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도 정비해야 할 법정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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