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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어둠의 목소리

신평 교수(경북대 로스쿨)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음성은 짙고 낮았다. 지옥 구덩이에서 지금 힘겹게 올라와, 온 몸이 검게 칠해진 상태에서 목표물을 향한 눈빛만이 날카롭게 번득이고 있으리라.

"너는 판사를 하고, 변호사를 하고 또 지금 법학교수를 하고 있지. 너는 자신이 법을 잘 알고 있다고 믿을 거야.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네가 아는 법은 아무 쓸모가 없는 거야. 그건 법도 아니야. 법전에나 들어있는 죽은 법이야. 너보다 내가 훨씬 더 법을 잘 알아. 내가 아는 법이 바로 진짜 법이야."

어둠을 뿌리며 그는 계속 일방적으로 지껄였다. "네가 생각할 때는 참 억울하다고 하겠지. 그래 나도 네 억울함을 잘 알아.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는가 하는 것이야. 우선 네가 다니는 대학 앞에서 너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총장을 찾아가서 네 비리를 엄청 까발리고, 학생회 멤버들에게 연락해서 너희 학교에 이런 나쁜 교수가 재직하고 있다고 모두 확 불어버릴 거야. 너는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어. 그게 모두 거짓말이라도 너는 절대 못 벗어나지." 그리고는 더욱 구체적인 말을 이었다. "네가 고소를 한다고 치자. 아무 쓸모가 없어. 너 같은 먹물이 들어간 인간은 고소를 해서 구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헛꿈 깨! 우리는 바로 엉터리 맞고소로 들어가. 뭐가 뭔지 모르게 만들어버리고, 설사 기소가 된다고 해도 1심, 2심을 거쳐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끈질기게 주장할 거야. 네가 설사 재판에서 이긴다고 해도 그 기간 동안 네가 입을 피해가 있잖아. 그게 얼마가 되리라고 생각해? 좋게 말할 때 우리 말을 들어. 그러면 서로가 좋잖아." 이렇게 그들은 사람을 바꿔가며 끈질기게 협박했다.

2003년 우리 사회의 가장 비참한 구석을 만들고 있는 사법피해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 몇 사람이 찾아와 사법피해자를 돕는 단체의 대표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했다. 뜻을 같이 하는 교수들을 설득하여 함께 그 단체에 들어갔다. 하지만 들어가서 본 그들의 실상은 달랐다. 재판에서 진 사람들, 검찰에서 부당한 처분을 받았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겼다. 나는 단지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그들의 투명하지 못한 활동의 가리개 역할을 할 뿐이었다. 곧 그들과 잡은 손을 빼내었다. 불과 몇 개월 같이 했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운 긴 세월이 흘렀다.

갑자기 그들은 내 앞에 등장하여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공직에 나서며 내 재산이 공개된 것이 화근이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한 번 만난 일조차 없었다.

숱한 협박과 규탄시위, 대학을 향한 공작이 거듭되었다. 그들은 전국 곳곳에서 힘없는 변호사들을 상대로 이런 방법으로 돈을 뜯어내왔다. 해볼 테면 해봐라. 내가 그들에게 무릎을 꿇는다면 그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험한 겨울을 나는 보리가 되어 입을 꽉 다문 채 견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