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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국정비전이 장밋빛 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하태훈 교수(고려대 로스쿨)

오늘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비전은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다. 이명박 정부가 국정비전을 '선진일류국가'로 정해 국가를 중심에 두었던 것과 달리 국민을 앞에 내세운 것은 참 잘한 일이다. 토건사업 위주의 대형국책사업도 없고 '747'과 같은 허황된 미래목표로 국민을 현혹시키지 않아 더욱 다행이다. 물질적 삶의 지표를 제시하면서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통치자를 따르면 초일류국가가 될 것처럼 했다가 실망시킨 전임자의 실패를 교훈삼은 것일 게다.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늘 입에 떠올렸던 '국민', 취임식에서 강조했던 '국민'이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존중받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걱정부터 앞선다. 국정비전이 매우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임기 안에 국민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 가능한지 등등에 대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국정비전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선뜻 와 닿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비전과 목표는 추진전략으로 제시한 것처럼 신뢰받는 정부여야 달성가능하다. 부정부패가 사라지고 공권력이 공정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고 희망을 시대를 열겠다는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국무총리나 장관 등 공직후보자들이 국민을 불행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지만 행복했던 사람들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양극화의 실상을 실감하고 있다. 병역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젊은이들, 위장전입으로 처벌받은 사람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 없어도 열심히 살고 있는 서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눈물 흘리게 했다. 부랴부랴 미납세금도 내고 머리 숙여 사과하면서 해명에 진땀을 빼는 모습을 보면 돈 있고 힘 있는 자에 대한 불신이 더해진다. 공인의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우리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인지,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한 것인지에 대한 회의만 커진다.'깨끗하고 신뢰받는 정부'라는 추진기반이 출범 초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잘살아보세'와 경제성장이 국민행복수준을 높일 것이라는 생각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우리의 행복지수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난 각종 조사결과에서 양자는 서로 비례관계에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34개 OECD국가 중에서도 중하위권이다. 일자리, 환경, 건강, 일과 삶의 균형, 공동체적 삶 등 행복지수 세부지표에서 거의 꼴지 수준이다. 경제적, 물질적 풍요도 중요하지만 여가, 공동체의식, 사회안전망, 환경과 같은 정신적, 문화적, 사회적 풍요가 행복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이'국민행복지수'와'민생지수'를 3개월마다 발표할 계획이라는데, 이런 지표들은 단기간에 변화를 측정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장률, 실업률과 같은 경제지표나 통계수치에 의한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인간답게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 더디지만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길임을 알아야 국정비전이 장밋빛 구호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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