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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법률과 법률해석 그리고 한정위헌

신봉철 변호사(법무법인 이산)

"법률의 의미는 결국 개별·구체화된 법률해석에 의해 확인될 것이므로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 법률과 법률의 해석을 구분할 수는 없고 결국 재판의 전제가 된 법률에 대한 규범통제는 결국 해석에 의해 구체화된 법률의 의미와 내용에 대한 헌법적 통제로서 헌법재판소의 고유권한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달 27일 한정위헌을 선고하면서 그 이유에서 한 말이다.

법을 해석하는 법원이 해석의 대상인 법률 자체의 효력을 심판해 위헌을 선언한 것은 1803년 미국 대법원이 처음이었다. 헌법은 주인의 의사이고 법률은 하인의 의사이므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법률 위헌여부 심판은, 입법부와 사법부가 분리된 정부 안에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사법부)이 선출된 권력(입법부)을 통제하는 것이기에 비민주적이지만, 법의 지배의 이름으로 정당화되었다. 이 심판은 사법부의 입법부 통제권한이기에 사법부로부터 이 심판 권한을 박탈하더라도, 헌법이 있는 한, 최고심은 하급심의 법률해석의 위헌여부를 심판할 권한을 가진다. 입법부 통제권한과 무관하게, 사법부 내 최고심에 속한 최고권한이기 때문이다.

법률과 법률해석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고법원에게 법률과 법률해석은 명확하게 구분된다. 통제대상 기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합헌적 법률해석이 가능한 한계를 기준으로 그 너머의 입법부 통제권한의 대상은 법률이고, 그 안의 하급심 통제권한의 대상은 법률해석이다. "법률에 대한 규범통제는 결국 해석에 의해 구체화된 법률의 의미와 내용에 대한 헌법적 통제로서 헌법재판소의 고유권한"이라는 헌법재판소의 말은, 입법부 의사인 법률의 합헌통제를 할 권한과 함께 최고심으로서 하급심 법률해석의 합헌통제를 할 권한도 가진 독일 헌법재판소에게는 맞지만, 한국 헌법재판소에게는 부분적으로만 맞다. 즉 합헌적 법률해석의 한계 밖에서 법률에 대한 규범통제는 헌법재판소의 고유권한이지만, 그 한계 안에서 법률해석에 대한 재판통제는 헌법재판소에게 권한이 없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법률 위헌여부 심판 권한과 헌법소원 심판 권한을 헌법상 가졌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심판에 명시적으로 '법원의 재판'이 제외되었고, 같은 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은 그 성질이 법률 위헌여부 심판이다. 위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가 없어지지 않는 한, 헌법재판소는 법률해석의 합헌통제인 한정위헌을 선고할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고한다면, 법원이 이에 따르지 않을 것이어서 따르지도 않는 명령을 한 셈이 된다. 따르지 않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절차에서 취소한다면, 이는 재판소원을 부인한 헌법재판소법 위반이다. 헌법재판소는 1997년 한정위헌으로써 재판소원을 인용한 적이 있고, 지난 달 27일 재판소원금지 조항은 합헌적 법률해석 한계 안에 있고 "달리 판단하여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다"는 이유로 위헌이 아니라고 선고했다. 지난 달 선고된 위 두 결정들 이유의 요지를 보면, 헌법재판소가 '사정변경의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종래의 선례를 바꿔 "단순히 법률조항의 포섭이나 적용의 문제를 다투거나, 의미있는 헌법문제에 대한 주장없이 단지 재판결과를 다투는 경우 등"이 아닌 한 한정위헌청구를 인정한 점에 주목하면, 그 때를 만들어 간다는 느낌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