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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대통령의 덕목, 법치(法治)

하태훈 교수(고려대 로스쿨)

대한민국 대통령의 힘은 무소불위다. 그의 손에 주어진 권력이 대단하다. 오죽하면 제왕적 대통령이라 부를까. 권력의 핵심에 인사권이 자리하고 있다. 헌법기관인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을 임명한다.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국정원장은 행정부처의 장이니 당연 임명권을 갖는다. 임명되고 나면 인사권자로부터 자유로워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낙점 받지 못한 사람들은 언제 이름을 불러줄지 인사권자의 눈치를 살핀다. 이런 막강한 인사권이 대통령이 속한 행정부가 입법부와 사법부를 압도하게 한다. 다수 여당이 장악한 국회는 인사청문회, 정부입법발의, 국정감사 등에서 야당의 공격에 행정부 감싸기와 대통령 눈치 보기로 견제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대통령은 국가 공권력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검찰과 경찰, 언론과 방송을 통치수단으로 장악하는 힘도 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와는 달리 현 정부를 상징하는 이름은 없다. 그저 '이명박 정부'라고 부른다. 바로 대통령 한사람에 의해 국정이 운영되었음을 이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전형이다. 이처럼 행정부가 입법부와 사법부를 압도하여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빗대어 제왕적 대통령이라 부른다. 민주주의 시대의 대통령이 왕권 시대의 왕처럼 막강하다는 뜻이다. 그럴수록 민주주의와 인권은 후퇴한다. 법치의 자리에 인맥과 인치(人治)가 대신한다. 법은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생활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지배도구로 악용된다. 이 정부 들어서 유난히 법치이념이 강조되고 법질서를 내세울 때 어김없이 '법대로'가 등장했다. 법질서 확립과 공권력 투입을 법치와 등치시키는 무지함을 드러냈다. 피와 눈물로 쌓아온 헌법적 가치인 인권, 인간의 존엄성, 법치, 정의 등등의 개념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법치는 통치권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민주주의 헌법질서에서는 법과 정의, 법에 정해진 절차가 존중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법치의 이념이다. 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엄격하게 지킬 때 공동체의 질서와 평화가 유지되고 시민의 자유도 보장되는 것이다. 대통령을 견제하는 힘은 다름 아닌 법이어야 한다. 통치행위가 법에 구속을 받아 하고 법을 통해 제어되어야 한다.

대선이 끝난 지금 민주주의와 법치가 다시 떠오르는 이유는 대통령 당선인의 인식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이해와 인식 수준이 아버지 그늘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인이 외친 '잘살아보세'의 신화가 경제성장을 위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뒷전으로 내몰았던 아버지 시대의 과오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법질서를 세운다(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미명아래 공권력이 남용되는 권위주의가 이어질까 우려된다. 경제성장, 국가와 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개인의 인권쯤이야 희생되어도 좋다는 전체주의적 사고가 꿈틀거릴 수도 있다는 걱정이 기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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