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초포럼

눈(雪)처럼

이남철 법무사(중앙지법 외부회생위원)

입동(立冬)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대설(大雪)이다. 그 이름답게 천지가 온통 눈이다. 눈 내리는 하늘을 본다. 저렇게 많은 눈들은 어디서 왔을까? 도인 송구봉(宋龜峰, 중종29~선조32)선생은 하늘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그래도 굳이 더듬어 보자면, 아마도 바닷물이 햇빛을 받아 수증기로 변하면서 하늘로 올라간 것도 있을 게고, 산골짜기 맑은 물, 호수의 물, 먹다 남은 술, 하수, 오수…. 무수한 인연 따라 기화(氣化)되어 하늘로 갔다가 모여서 다시 물이 되고, 눈이 되어 저렇게 내려오는 것일 게다.

길가에 서서 눈송이를 먹어 보려고 입을 벌리고 쳐다보고 있는데, 문득 이상한 눈을 보았다. 내려오다가 녹아버렸다. 아! 이럴수도 있구나. 저쪽 위로 보니 어떤 눈은 나무 위에서 예쁜 눈꽃이 되어 있고, 아래로 보니 어떤 눈은 땅에 내리자 마자 녹아 없어지고, 어떤 것은 차바퀴에 밟혀 까만 물이 되고 있었다. 이렇듯 시공(時空)의 인연에 따라 저 멀리 어떤 눈은 설산에 내려 만년설이 되겠구나.

지난달 21일 사법시험 합격자발표에 이어 29일에는 법무사 2차시험 발표가 있었다. 새해 1월이면 수백명의 변호사와 법무사가 새출발을 하게 되고, 로스쿨 출신들의 제2회 변호사시험도 있다. 어디 이뿐인가. 매년 각종 자격시험과 그 결과가 발표되고 새로운 전문자격사들이 탄생하여 눈처럼 맑은 새출발을 한다.

시험을 통한 전문자격사제도는 국가가 특정 상대방을 위하여 권리, 능력, 법적 지위 등을 설정하여 주는 형성적 행정행위로서 강학상 주로 특허에 해당한다. 이는 국가적으로는 각종 서비스 수요에 적응하여 전문가로 하여금 직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서 일반 국민의 기본권을 두텁게 보장함과 동시에 전문직 종사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능을 한다.

어떤 인연으로 전문 자격사가 되었는지는 아마도 천만가지의 경우가 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공감하는 점이 있다면, 노력과 정성, 운이 결합되어 소중한 자격사가 되었으리라. 사람의 몸에서 액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70%가 넘는데, 그 중 중요한 것이 피와 땀과 눈물이다. 자격시험 준비 과정에서 피로서 상징되는 생명을 건 승부와 땀으로 대변되는 남다른 노력, 합격이라는 감격의 순간을 눈물로 맞이한 그런 자격이고 자격사이다. 이렇듯 소중한 자격사제도를 함부로 고치거나 원칙을 깨뜨리고 남발하여서는 안된다. 또한 다시 시험치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자격사들이 스스로 가벼이 여겨서는 더더욱 안될 일이다.

요컨대, 내려오다가 혹은 내리자마자 녹거나 퇴색하는 눈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름을 달래주는 나무 위의 눈꽃처럼, 아픔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하얀 솜이불 같은 들판의 눈처럼, 그 이름이 영원히 남는 만년설처럼, 아름답고 귀한 법조인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