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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대한민국 검찰의 현주소

하태훈 교수(고려대 로스쿨)

대한민국 검찰의 현주소가 자신이 내사했던 기업으로부터 수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부장검사 비리사건을 통해서, 그리고 검찰수뇌부의 사건 처리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권력형 비리수사를 담당하는 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서 현 정권 초기 편파성과 공정성 시비에 휩싸였던 사건수사를 맡았었다. 무리하게 영장을 재청구하면서까지 환경시민단체 대표를 기소했고 공기업 비리사정의 칼을 휘둘렀던 검사다.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면서 정치검찰의 표적·과잉수사로 비난받았던 인물이다. 결국에는 "검찰의 썩은 잣대로 환경운동가를 재단하지 말라"던 환경시민단체 대표의 말이 옳았음을 온몸으로 입증해 보였다.

금품을 수수하면서 추적의 위험을 알만한 부장검사가 수표로 받은 대담함은 검찰윤리와 도덕성의 수준을 드러낸 것이다. 권력형 비리수사를 담담하던 시절에 금품을 수수했으니 거악척결을 외치면서 뒤로는 검은 돈을 받아 챙기는 파렴치함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몇 해 전 각종 의혹으로 낙마한 검찰총장 후보자, 부산지검의 스폰서 검사, 벤츠 여검사, 그랜저 검사, 그것도 모자라 검사 방에서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초임검사까지 대한민국 검찰의 공직윤리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을 정도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대처방식도 꼼수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같은 검찰개혁 요구가 드센 상황에서 조직을 사수하기 위해 특임검사를 임명한 것도 그렇고, 수사권이 검사에게 있다는 이유를 들어 진행 중이던 경찰수사를 가로채기까지 했다.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웠던 검찰총장이 중수부 폐지 개혁안을 꺼내들자 중수부장을 따르는 대검 간부들과 검사들이 검찰조직을 수호하기 위해서 검찰총장과 맞서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급기야 검사동일체가 자리다툼으로 이전투구도 불사하는 조직으로 전락해 버렸다. 사실 그들도 검찰총장을 퇴진하라고 목소리 높일 처지가 아님은 마찬가지 아닌가.

대한민국 검찰, 이제 벼랑 끝이다. 검찰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통제받지 않는 비대한 권력과 기소재량권, 검찰윤리의 부재가 작금의 검사일탈과 비리의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검사비리 수사도 특임검사가 할 거야, 내가 있는 한 중수부 폐지 절대 안 돼, 내부감찰을 강화할 테니 기다려 줘, 수사도 우리 손을 거쳐야 해"라고 한다면 그 무게에 못 이겨 벼랑 아래로 추락할 것이다. 대통령 당선자를 예상하면서 그의 공약에 맞춰 개혁시늉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라면 '검사답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것이다. 이제 검찰 스스로의 개혁은 기대도 신뢰도 할 수 없다. 검찰 권력의 분산과 국민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외부로부터 검찰 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 법조계의 전문성과 시민단체의 공익성, 정치권의 구체적 입법노력과 의지를 함께 모아 검찰 개혁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국회에 '검찰제도개혁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 단 친정을 끔찍히 사랑하는 검사출신 국회의원은 제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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