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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개헌 소문

신봉철 변호사(법무법인 이산)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하는 모든 것들 가운데 사람의 마음처럼 수시로 변하는 것은 아마 찾기 어려울 것이다. 법은 적어도 사람의 마음보다는 변하지 않는다. 피치자들이 사람의 지배보다 법의 지배를 원하는 제1이유다. 헌법개정 방법은 통상 법률개정보다 더 어렵다. 헌법 안에 개정 조항을 둔 것은 헌법이 신의 완전하고 영원한 말에 이르지 못한 사람의 말이라는 자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차 올 알 수 없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진화를 허용함으로써 소멸하지 않고 영원하기를 바라는 의지이기도 하다.

한국 헌법은 생긴 지 64년이 넘었다. 현행 헌법은 10번째다. 첫 개정은,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이, 국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된 헌법에 의할 경우, 당시 국회에서 재선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직선으로 바꾼 것이다. 그 2년 후, 이승만 대통령에 한해 중임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부칙을 둔 것,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이, '대통령은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다'를 '대통령의 계속 재임은 3기에 한한다'로 바꾼 것, 그리고 1972년 중임 제한을 아예 폐지한 것 역시 대통령의 '헌법을 초월한 야망'이 초래했다. 1954년 4사5입 헌법, 헌법에 의해 선출된 정부를 1961년 무너뜨린 박정희 장군이 국가재건최고회의를 임의로 만들어 그 회의가 이듬해 새 헌법안을 의결한 것, 개헌 제안 권한 없는 기관이 제안한 유신헌법은 각각 헌법이 정한 개정절차에 따르지 않아 개정이 아니라 헌법을 새로 만든 것임에도 개정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현행 헌법은 25년 됐다. 8년을 넘기지 못한 그 이전 헌법들 수명에 비추어 보면 상대적으로 오래됐다. 짧은 수명의 헌법만 경험해서인지 25년 된 헌법에게 "수명이 다했다"면서 대통령 임기 4년 중임으로 개헌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4년 중임과 5년 단임은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다. 위 2개를 포함한 것들 사이에서 1987년 개정권자는 선택을 했다. 그 이후 25년 간 있었던 5회의 단임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는 조선 500년 역사 및 그 이외 우리 역사를 통틀어 유례가 없다. 5공 청산과 대통령 주변 비리 처벌은 대통령 직선 및 단임 헌법을 따랐기에 이루어졌다. 5년 단임을 4년 중임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3년 3연임'으로 나아가 '연임 제한 폐지'로까지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책임감 있는 누가 감히 예언할 것인가. 역사를 읽고 더구나 우리와 피를 나누고 역사를 공유한 현재 북한을 보면, 장차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지도자가 등장할 때, 그와 그의 자손이 만세토록 집권해야 하고, 그가 자유로이 국민에게 은혜와 자비를 베풀 수 있게 헌법을 폐지하자는 요구는 결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현행 헌법에 의한 역대 국무총리들은 대개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한' 조항의 명백한 정신을 따르지 않고 껍데기만 붙잡고 대통령과 함께 눈속임해 왔다. 법은 사람이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이 아니라 따라야 할 살아있는 지배자라는 점에서 "법을 지킨다"는 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헌법개정은 대한민국 최고 지배자인 헌법을 충성으로 따르다가 그 한계에서 말해야 한다. 지금 헌법을 충성으로 따르는 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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