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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死刑, 너 사형감이야

하태훈 교수(고려대 로스쿨)

그렇게 수많은 사람을 죽여 놓고도 여태 목숨이 붙어 있는 사형, 너 사형감이야. 한둘도 아닌 천 몇 백 명의 생명을 박탈하고도 지금까지 살아있다니 그 목숨 참 질기기도 하다. 아이러니 하게도 너 같은 흉악범들이 등장할 때마다 너의 존재는 빛이 나고 사람들의 입에서 너를 찬미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니,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1997년부터 식물인간처럼 숨만 붙어 있는 너는 이제 네 수명이 다했음을 선언해야할 때가 온 것 같다. 정작 사형이 선고되고 집행되어야 할 대상은 바로 너, 사형제도다.

너의 존재가 국제사회에서 또 다시 관심과 우려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지난 달 25일 스위스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N Universal Periodic Review) 심의에서 참가국들은 우리나라의 사형제와 국가보안법 등에 대해 우려와 함께 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2월 중 국가인권정책협의회를 개최해 심의 결과를 논의하고 권고 사항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해 유엔 인권이사회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 사형폐지가 국제사회의 대세가 되었다. 실제 우리가 따라가고 싶어 하는 미국도 사형제를 폐지하거나 사형집행 건수를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형제도가 없는 주가 17개 주에 달하고, 사형 제도를 유지하는 주에서도 최근 10여 년간 사형집행 건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사형집행이 가장 많은 중국도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구성요건을 대폭 줄였다.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인정받았지만 우리나라처럼 사형 제도를 유지하면서 사형이 법정형인 범죄구성요건이 많은 나라도 없다. 사형제를 존치하는 나라는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이 될 수 없고 EU와의 교역도 자유롭지 못하다.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EU국가로부터 인도받을 수도 없다.

그러니 이참에 국회와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실체도 불분명한 국민의 법 감정에 기대어 더 이상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여론과 사형이 흉악범죄를 막아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등에 업고 버틸 수 있는 는 때는 지났다. 또 다시 국제사회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 때문만은 아니다. 어떻게 법의 이름으로 행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박탈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생명의 고귀함과 유일무이함을 말할 수 있겠는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북파공작원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된들, 사법살인으로 불리는 인혁당 피해자가 재심으로 무죄판결을 받아낸들 그들이 살아 돌아올 수 있는가. 수많은 오판의 잔인함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국민을 생명을 박탈하는 극형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식물인간의 생명이든, 살인자의 생명이든 그 누구의 생명이라도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행하는 살인을 멈춘다면 국민들에게 생명의 존귀함을 일깨워줄 것이고, 그것이 살인과 폭력을 멈추게 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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