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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다를 자유

신봉철 변호사(법무법인 이산)

16세기 중반에서 17세기 초반을 살았던 안토니오 드 도미니스는 "극히 중요한 것들에 일치를, 의심스러운 것들에 자유를, 모든 것들에 사랑을"이라고 말했다. 이는, 핵심 사안에는 의견일치를 이루고, 확실하지 않은 것에는 표현의 자유를 누리되, 모든 것들에 애정을 가지고 대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견 명쾌하다. 독재자도 아마 이에 수긍할 것이다. 그런데 300년 이상 지난 후인 1943년 미국 대법관 로버트 잭슨은, 공립학교가 학생들에게 국기에 대한 맹세를 강제할 수 없다는 판결의 법정의견에서 "'다를 자유'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에 한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자유의 그림자다. 현존 질서의 심장을 건드리는 사안에 관해 '다를 권리'가 '다를 자유'의 핵심 효과다"라고 말했다. 당시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 두 개의 전선에서 전쟁을 하고 있었다.

"극히 중요"하다는 것의 내용과 범위에 관한 의견이 일치하기는커녕, 그것이 과연 "극히 중요한 것"이냐에 관한 의견조차 일치하지 않는 세상이다. "의심스러운 것들에 자유를"이라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입장에서 나온 생각을 신념으로 여겨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그래서 타인에 대해 자기 신념과 다른 의견을 말할 자유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스스로 관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만 타인의 '다를 자유'를 인정할 뿐이다.

뉴욕시에 사는 올해 83세의 에디트 윈저는 40년 이상 동거한 법률상 배우자가 2009년 사망하자 망인이 남긴 집을 상속했다. 배우자 사망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은, 소유권이전에 대하여 과세하는 법의 예외였다. 그런데 윈저에게 4억 원 정도의 세금이 부과되었다. 그 근거법은 1996년 미 연방의회가 입법한 결혼방어법(DOMA)이었다. 윈저의 배우자였던 디어 스파이어는 윈저와 같이 여성이었다. 동성 사이의 결혼은 뉴욕주 법률에 의해서 보호를 받고 있었지만, 위 연방법률은 면세가 적용되는 결혼을, 오직 한 남성과 한 여성이 남편과 아내로서 하는 법적 연합에만 한정했다. 윈저는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해 이겼고, 그 항소심인 연방 제2항소법원도 지난 18일 2대1로 제1심과 결론을 같이 했다. 결혼방어법 관련 조항의 위헌선언이 이루어진 것은 물론이었다. 1992년 공화당 부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던 데니스 제이콥스 판사가 다수의견을 썼다. 그는 인종차별에 대해 적용하는 기준 정도로 엄격하지는 않지만 성차별 또는 사생아차별에 대해 적용하는 엄격한 심사기준을 이 사건에도 적용했다. 이 사건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고도로 합리적인 이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종교적 전통에 뿌리를 둔 신성한 결혼과 모든 법의 관심 대상인 세속의 결혼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지난 5월에도 연방 제1항소법원이 같은 결론으로 선고했었는데, 그 때는 합리성 심사라는 낮은 기준을 적용했었다. 많은 사람들은 대법원이 이 번 회기에 위 사건을 심리할 것임은 물론 결혼방어법 관련 조항의 위헌선언을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잭슨 대법관이 "현존 질서의 심장을 건드리는 사안에 관해 '다를 권리'가 '다를 자유'의 핵심 효과다"라고 말한 지 69년이 지났다. '다를 권리'는 '평등하게 대우받으며 다를 권리'로 진화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