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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범죄예방은 사회안전망 구축으로부터

하태훈 교수(고려대 로스쿨)

세계적으로 보면, 지구촌을 불안하게 만드는 전쟁과 테러, 마약과 무기밀매와 같은 국제범죄는 대부분 빈국의 기아와 빈곤에 기인한다. 그래서 잘사는 나라가 못사는 나라의 가난을 그들 탓으로 돌려 국제사회에서 배제시키고 자기들만 평화롭게 살 수 없다. 그 범죄의 위협은 부국에게 오히려 더 불안요소로 다가간다. 세계시민의 평화로운 삶은 국제적 빈부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부국의 빈국에 대한 원조로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적으로 보면, 최근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아동성범죄나 '묻지마 범죄'의 범죄자는 대개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낙오한 자, 정신이상자와 같은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이다. 초등학교에서 흉기를 휘두른 고교중퇴생, 지하도를 지나던 여대생을 이유 없이 찔러 숨지게 한 30대, 묻지마 칼부림으로 여의도를 불안에 떨게 한 직장 해고자,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아동 성추행범들 모두 소외계층에서 자라거나 가정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배제된 자들이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정신이상 범죄자 수가 지난 10년 새 세 배나 증가했고, 이들에 의한 강력범죄도 급증했다. 재범율도 일반 범죄자보다 높다고 한다.

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위협하는 범죄위험이 커지면 커질수록 형벌을 제재수단으로 하는 형법에 거는 기대가 커진다. 형벌로 다스리거나 무거운 형벌을 예고함으로써 범죄와 사회의 다양한 위험이 예방될 것이라고 믿는다. 강력한 형법의 튼튼한 보호막 속에서 안전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연일 검찰과 경찰은 법정 최고형 구형, 강력범죄 총력대응, 우범자 철저관리 등을 외치며 시민의 불안을 잠재우려 애쓴다. 그러나 범죄위험으로부터의 안전보장이 오로지 처벌에 의해서 달성될 수 있는 것인가. 형법만으로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정신이상자, 결손가정의 방치된 아동과 청소년, 사회에서 배제된 노숙자나 실업자를 그대로 놔두고서 흉악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범죄자를 엄벌하는 것은 당장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대증요법일 뿐이다.

법과 법에 따른 처벌이 질서기능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법을 통한 안전 확보는 법 이외의 공동체의 질서체계, 예컨대 교육, 가정, 노동, 보건의료와 복지 등을 통한 안전 확보에 의해서 보완되어야 한다. 위험은 법외적인 공동체의 안전시스템으로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 배제와 차별의 해소와 함께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와 지원 강화 등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그들이 잠재적 범죄자의 길로 들어서지 않게 할 수 있다. 이는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어서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 가난한 나라에 식량을 원조하는 것은 당장의 기아를 해결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빈 독에 물붓기일 뿐이다. 빈국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는 국제적 원조는 빈국탈출용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이어야 한다. 범죄예방도 마찬가지다. 잠재적 범죄자의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의 사다리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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