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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신봉철 변호사(법무법인 이산)

국민들의 저항으로 독재가 무너졌다고 언제나 민주주의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작년 이집트의 무바라크, 리비아의 카다피 등 독재자들의 비참한 말로를 본 많은 사람들은 '아랍의 봄'이라고 부르며 민주주의가 시작된 것처럼 환영했으나 그 후 찾아온 것은 '사람떼'의 정치적 각성의 최초 단계인 포퓰리즘이지 민주주의가 아니고, 포퓰리즘이 반드시 민주주의로 가는 것도 아니라고 브레진스키는 말했다. 그는 많은 언론인들이 아랍의 봄을 1989년 동유럽의 봄과 비교하지만 동유럽의 봄은 그곳에서 1848년 있었던 '민족들의 봄' 경험이 1989년 당시 정치지도자들에게 파급되었기 때문이라면서, 이와 달리 아랍은 포퓰리즘이 아직 매우 어리고 미성숙해서 입헌적 전통과 연계되지도 법의 지배를 인지하지도 않았고, 점차 급진적이 된, 유럽 식민주의 역사 이야기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면서 그 이야기에 점점 더 깊이 미국이 연관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함께 이루어가고 있다고 서방 언론인들은 말한다. 한국인들 대부분은 이에 동의하면서, 산업화는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 시대에 시작되었고, 민주주의는 1987년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1987년 민주화 시작 이래 헌법재판소의 활약이 두드러지지만 지금 법의 지배는 산업화나 민주주의보다 훨씬 미성숙하다. 민주화 되었다고 법의 지배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니다.

법의 지배는 특정인의 지배가 끝났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특정인의 지배가 끝나면 대개 또 다른 특정인의 지배가 시작된다. 법의 지배는 어느 누구의 지배도 없고 오직 법만이 지배할 때 왔다고 말할 수 있다. 눈을 가리고 저울을 든 것처럼 사람을 구별하지 않아야 법이다. 미국 대법관 로버트 잭슨은 "헌법 창설자들이 알고 있었고, 오늘 우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인 정부를 막는 데, 소수에게 부과하려는 것을 반드시 모든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부과하도록 요구하는 법원칙들보다 더 효과적ㆍ실용적인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법의 지배가 강자(다수)의 이익을 정의로 이끈다는 오묘한 원리의 깨달음이다.

법관들은 법의 지배를 실현할 자격도 힘도 의무도 있고, 한편 이를 방해할 자격은 없으나 그 힘은 있다. 법관들이 헌법의 이름으로 의회가 만든 법률을 짓뭉갤 권한까지 가졌으니, 법의 지배는 전적으로 법관들에게 달려있다. 법은 법관의 해석을 통해서만 구현된다. 드워킨은 법해석이 입법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라는 풀이는 바보스러운 것이라면서, "승객(저자)은 공항 세관원(해석자)이 승객이 소지한 가방 속에서 발견한 물건이 자기가 가방 속에 넣지 않았음을 알더라도 그 속에 있다고 동의해야 한다"는 톰 스토파드의 말을 인용했다. 이는, 법관의 법해석이 법 조항의 의미를 읽는 것이지 입법자의 의도를 읽는 것이 아니므로 해석자의 권위가 저자의 권위보다 우월할 수 있음을 내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더라도 이는 법관의 해석이 판단(judgment)임을 전제로 한 것이다. 법관이 해석이라면서 자기 의사에 의한 선택(choice)을 행하면 그는 법복 입고 법 위에 있는 왕이다. 미국 대법관 스칼리아는 "나는 왕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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