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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중국과 일본

신평 교수(경북대 로스쿨)

방학을 이용하여 모처럼 일본과 중국에 다녀왔다. 세월에 따른 변화는 바람에 흩날리며 내내 얼굴을 스쳤다.

이즈(伊豆) 반도의 휴양지에서 열린 한일비교헌법연구회의 세미나에 일본 측은 최대한의 성의를 가지고 준비했다. 매일 밤 술에 절어 힘들었어도 그 접대는 우리에게 맞춘 것이었다. 아득하게 트인 태평양 바다 파도를 타고, 옛날 일본 유학시절에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1989년 일본에 도착했을 때 느꼈던 일본 사회의 활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당시 일본 전역에서는 새로운 천황의 연호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헤-세-간넹(平成元年)'의 외침이 넘쳐흘렀다. 텔레비전에서는 신상품들을 의미하는 '신등장', '신발매'의 힘찬 구호로 홍수를 이루었다. "대통령처럼 일하고, 임금처럼 논다!"는 인상적인 카피문구는 아직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잃어버린 10년을 거쳐 겨우 재기에 성공했을 때인 작년 3월에 일어난 지진과 쯔나미의 대재앙은 어두운 그림자를 일본 열도 전역에 깔았다.

이어 열린 '아시아 헌법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간 베이징은 훨씬 깨끗해진 얼굴로 맞이했다. 새로 만든 공항 외관이 우선 중국의 웅혼한 기상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높아진 물가에 혀를 내둘러야 할 때가 많았다. G2의 막강한 경제력으로 세계시장을 휩쓴다는 중국, 한 유학생이 중국 내에서 한국과 관련하여 달라진 환경을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는 한국인들이 이곳에 와서 조선족을 고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돈 많은 조선족이 한국인을 고용하는 쪽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우리의 바로 이웃나라이다. 역사와 문화가 중첩되고 인종적으로도 상당 부분 섞여있다. 아무리 서로가 비난하고 때로 욕까지 해도 세 나라 국민이 다른 나라에 가면 지구상의 어떤 나라에서보다 편한 느낌을 가진다.

중국의 권위주의 정부는 여전히 앞으로도 중국을 실효적으로 통치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역사의 종언' 저자 후쿠야마 교수가 말하는 '나쁜 황제의 딜레마(Bad Emperor Problem)'는 언제라도 다시 나타나서 중국을 파먹을 수 있다. 우연한 사정으로 몰락하기는 했으나, 만약 보시라이(薄熙來)가 권력투쟁을 거쳐 실권자가 되었다면 역사의 퇴보는 또 한 번 불가피했다. 중국에서는 그와 같은 사람의 등장을 막을 정치시스템이 취약하기 짝이 없다.

일본은 과연 재기할 수 있을 것인가? 왜 일본은 과거 역사의 오류에 대해서 좀 더 솔직하지 못할까? 그런 안타까움은 꼬리가 잘리지 않는다.
물샐 틈 없이 환대해준 일본 교수들과 헤어질 때 코야마(小山) 게이오대 교수를 자연스레 끌어안았다. 얼굴을 서로의 어깨에 묻고 손으로 그의 등을 두드렸다. 그러면서 입으로 뜨겁게 올라오는 말을 그대로 토했다. "정말로 고마웠어요!" 한일 간의 관계가 아무리 곡절을 겪어도 그와 나는 언제까지건 서로를 아껴주는 우리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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