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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생명의 가장자리와 사법

신봉철 변호사(법무법인 이산)

생명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언제 와서 언제 가는지, 왜 와서 왜 가는지에 관한 다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종교·철학·도덕·법을 망라한 이 다툼은 인류가 있는 한, 아마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사법부는 생명의 시작 가장자리에서 낙태와, 그 끝 가장자리에서 안락사와 이제 씨름하기 시작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달 23일 낙태죄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재판관 8인(조대현 재판관이 떠난 자리가 아직 비어 있다) 중 4인이 반대 의견을 냈다. 이달 14일 퇴임하는 4인 가운데, 김종대·민형기 재판관은 합헌의견을, 이동흡·목영준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고, 내년 1월과 3월에 퇴임하는 이강국 재판소장과 송두환 재판관도 반대의견을 냈다. 임기가 5년 가까이 남은 박한철·이정미 재판관이 합헌의견을 냈는데, 여성인 이정미 재판관이 여성의 결정권(자유)을 멀리 하는 합헌에 투표한 것에 조금 놀랐다.

합헌 의견의 요지는 "태아가 … 모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되어야 한다. 헌법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그것이 인간으로 될 예정인 생명체라는 이유 때문이지, 그것이 독립하여 생존할 능력이 있다거나 사고능력, 자아인식 등 정신적 능력이 있는 생명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러므로 태아가 독자적 생존 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그에 대한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고, 반대의견 요지는 "태아의 독자적 생존능력이 인정되는 임신 24주 이후에는 태아의 생명도 인간의 생명과 어느 정도 동일시할 수 있으므로 임부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 임신 중기(임신 13주~24주)의 낙태는 임신 초기(임신 1주~12주)의 낙태에 비하여 … 임부의 생명이나 건강에 위해가 생길 우려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국가는 … 낙태에 관여할 수 있다 … 임신 초기의 태아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반면, … (그) 낙태로 인한 합병증 및 모성사망률이 현저히 낮아지므로,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낙태를 허용해 줄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바로 이 쟁점과 관련하여, 미국 대법관 스칼리아는 1992년 Planned Parenthood v. Casey 결정의 반대의견에서 "낙태를 허용할지 및 허용한다면 그 한계는 어디인지는, 주(State)가 민주적으로 즉 시민들이 서로 상대방을 설득한 끝에 투표를 통해 해결할 문제이고, 헌법은 주에게 낙태를 허용하라고 강제하지 않는다는 내 견해는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이에, 렌퀴스트·화이트·토마스 대법관 동조). 한국 헌법재판소의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태아에게 생명이 있고 인간생명으로 발전할 잠재력(potentiality of human life)이 있기에 이를 보호할 '정부의 이익'이 있다는 미국 대법원 의견과 다른 것이다. 태아의 생명권이, 아직 인간이 아닌 생명체가 보호 대상을 넘어 인권의 주체라는 의미라면(2004헌바81), 신앙적이라는 느낌이 들어 논리적 이해가 쉽지 않다.

전례에 비추어 보면, 내년 4월에는 재판관 9인 중 7인의 '법률 위헌여부 심판' 경험이 1년도 안 되고, 나머지 2인의 경험은 2년 남짓 된다. 재판관이 정년(재판관 65세, 재판소장 70세)까지 연임되는 관행이 빨리 세워지고, 재판관과 재판소장의 정년이 같게 입법되면, 한국 헌법재판이 더욱 성숙해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