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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개고기’ 논쟁

김창영 법무사(서울) - 제3038호

(1) 새천년의 세모에 즈음하여 한국 사회에는 품위 유지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그 하나는 의사 윤리지침에 사람의 품위있는 죽음을 존중하기 위하여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하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2002년도의 월드컵 축구대회가 한국과 일본에서 공동 개최되는데 월드컵을 주최하는 시민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함에 있어서는 한국인은 개고기를 식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글에서는 전자의 품위 유지 문제는 논외로 하고 후자의 품위유지 문제에 대한 생각을 피력해 보고자한다. (2) 늑대과에 속하는 개고기를 사람이 언제부터 먹었는지는 문헌상 분명치 않다. 문화인류학자 ‘마빈 헤르스’는 농경사회에서는 소가 힘든 노동의 제공 수단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에 소는 중요시되어 식용으로 할 수 없었고, 개가 사람의 육류 섭취원이 되었다고 말하였다. 중국의 기록에는 論語에서 제사에 개고기를 쓴다는 기록과 小學에서 제사와 손님접대에 군자는 소를, 대부는 양을, 선비는 개를 쓴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의 기록에는 고구려 벽화에 개잡는 그림이 있고 조선시대 광해군 때에 고상안 또는 정학유의 저술이라는 ‘농가월령가’의 8월령에는 추수를 마치고 며느리가 친정에 근친갈때 개를 잡아 삶고 떡과 술을 예물로 보냈다는 기록이 있고,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잔칫상에 황구 삶은 고기가 올랐다는 기록이 있으며, 1847년 프랑스 선교사 달레의 조선교회사 첫머리에 “조선에서 제일 맛있는 고기는 개고기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3) 이와같은 문헌과 조상대대로의 풍습을 종합하여 고찰한다면 옛부터 우리의 풍속에는 한 여름의 복중에는 개고기를 먹는 풍습이 있었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옛날 우리의 가정에서 사육한 동물은 사람의 일상생활에 있어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보충해주는 동물이거나 또는 옛날에는 食物이 부족하였으므로 도살하여 식용이 되는 동물이어야만 사육하게 되었다. 소·말·개·고양이는 전자의 필요성에 의한 동물이며 돼지·염소·토끼·닭·오리는 후자의 필요성에 의한 동물이고 소와 개는 양쪽의 필요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동물이었다. 그리고 말과 고양이의 고기는 한국인에게는 식용으로 하지 않는 금기 식품이었다. 예로부터 한국의 사육동물 중 방안에서 사육되는 애완동물은 오직 고양이 뿐이었으나 근래 서양문명의 유입과 동시에 애완용으로 개를 방안에서 사육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오늘날에 이르러선 동물병원에는 온갖 애완견이 만원이고 애완견의 미용실도 성업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인이 제일 많이 기호하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도 금기식품으로 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소고기의 경우 세계에서 인구가 두번째로 많은 인도 국민의 85%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는 소를 신성시하기 때문에 힌두교도 앞에서 감히 소를 도살하여 식용하자고 제의할 수는 없는 일이며 또 돼지고기의 경우 유태교인은 그들이 금기하는 돼지고기를 식용하는 사람을 야만시 한다. 이와같이 세계 각 민족은 그들의 전통과 풍습에 따라 기호식품과 금기식품이 있지만 내가 싫어하는 음식이라해서 너도 먹지 말라는 설법은 정당한 이론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동양권에서는 여러나라가 개고기를 먹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애완용 개와 식용 개를 구분하고 있음은 외국의 경우 식용 개구리와 일반 개구리를 구분해서 먹는 것과 동일한 이치인 것이다. 개를 한자로 표시할때 구(狗)자도 쓰고 견(犬)자도 써서 혼미스러운것 같으나 그 사용법이 다르다. 즉 식용목적의 개는 狗자를 쓰고 식용목적이 아닌 경우는 犬자를 쓴다. 애완용 개는 애완견이라 표현하고 애완구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식용하는 보신탕은 구탕이라 쓰지 견탕이라 쓰지않는다. 그리고 한국 내에서도 종교별 인구가 제일 많은 불교신도는 개고기를 금기시하고 있고 불교신도가 아니라도 개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한국의 식당에는 모든 식당에 개고기의 메뉴가 있는게 아니고 개고기를 취급하는 특수 식당은 50개소 중 1개소 정도가 있고 시민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기호 식품을 시민은 먹을 권리가 있고 이를 정부라도 간섭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각 민족마다 특이한 기호식품의 음식문화를 꼬집어서 타민족이 이를 비하해서는 아니되고, 이는 각 민족간에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미식 음식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중국요리에 대하여 그 다양한 요리 재료를 꼬집어서 논박하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 (4) 한국의 식품으로써 ‘김치’는 한때 냄새나는 혐오식품으로 폄하하였으나, 오늘에 이르러서는 영양이 풍부한 식품으로써 세계인의 기호식품이 되고 있다. 또 한국인의 주식은 쌀이었으나 오늘날엔 쌀이 소비되지 않는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음식문화는 각 민족의 특수성과 다양성 때문에 좋은 식품, 맛있는 식품을 획일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평가자의 주관적인 편견만으로 품위있는 음식을 논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한 단견을 주창하는 사람들이야말로 타국의 음식 문화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자 민족우월주의로써 자기 스스로 자기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있음을 자성해야 할 일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