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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올림피즘을 생각하며

박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런던올림픽 종료와 함께 올 여름 무더위도 지나가 버렸다. 열정적인 경기와 연이은 메달소식 덕택에 18일간 이어진 열대야를 이겨낼 수 있었다. 메달 하나하나에 민족적 긍지를 실었던 과거를 기억하는 우리 세대에게 메달 순위 5위라는 성적은 놀랍고도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이 시점에서 보자면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기는 일도 있었다.

우리는 메달을 딴 선수들의 탁월한 능력과 성과에 찬사를 보냈을까, 아니면 역경을 이겨낸 그들의 열정과 노력에 찬사를 보냈을까? 둘 다라고 답하고 싶겠지만 사실 이 두 가치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고대 올림픽을 개최하였던 그리스는 탁월한 능력과 성과에 찬사를 보내는 도덕을 지녔던 반면 그리스 문화를 계승한 로마는 역경에 굴하지 않는 열정과 노력에 찬사를 보내는 도덕을 지녔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인 쿠베르탱은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노력이며, 인생에 있어서 핵심적인 것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철학이 그의 올림피즘에 반영되었다. 올림픽은 세계 체육인의 친선과 평화의 자리이지 국가간 경쟁이나 정치적 선전의 자리가 아니고, 승자에게 주어지는 것은 명예이지 경제적 보상이 아니며, 가치 있는 일은 경쟁에 참여하는 것이지 승리하는 것이 아니고, 승부를 다투되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넘어서 승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 인생살이의 각박한 경쟁이 스포츠에까지 투영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긴 후에 패자를 얕잡아 보면 철없어 보이고, 승리한 자에게 야유를 보내면 고약해 보인다. 져주기 경기를 한 배드민턴 선수들과 스태프들을 비난하기 전에 메달에 지나치게 집착하였던 우리 자신의 마음가짐을 먼저 되돌아보아야 한다. 신아람 선수의 패배는 안타깝지만 상대 선수의 페이스북 계정에 욕설을 남긴 일부 네티즌의 행동은 심판의 오심보다 더 고약한 일이었다. 한일전은 민족적 한풀이의 장이 아니라 이웃한 두 나라의 선의의 경쟁장이었으면 좋겠다.

박태환 선수가 승자를 축하해 주는 모습은 성숙해 보였고, 손연재 선수가 실수한 후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은 멋있어 보였다. 마지막 한 발까지 흔들리지 않는 진종오, 김장미 선수의 모습은 대견해 보였다. 교통사고를 딛고 일어서 최선을 다한 장미란의 모습은 아름다웠고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2차 연장까지 이어가는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모습은 오랜 여운이 남는 감동을 주었다. 메달은 없었지만 여자 핸드볼 선수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낸다.

이제는 메달에 집착하지 않고 올림픽 경기를 즐겼으면 좋겠다. 이제는 올림픽이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곳이 아니라 아름답게 경쟁하는 평화와 친선의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한경쟁과 상업주의가 팽배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순수의 가치를 다시 새겨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