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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열하일기(熱下一記)

신봉철 변호사(법무법인 이산)

암 박지원은 43세 때인 1780년 음력 7월 8일, 간신히 산기슭을 벗어나자 눈 앞에 홀연 펼쳐진 일망천리의 요양 들판에 "나는 오늘, 인생이란 본래 의지해 붙을 데 없이 단지 하늘을 이고 땅을 밟은 채 지나는 것임을 처음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틀 후 몹시 더운 아침, 그는 심양으로 가는 길에 요양 성 밖 거칠 것 없는 평원광야를 돌아보며 "이 들판이 한 번 소란하면 천하에 전쟁 북소리가 난다"면서 "여기를 지킨 연후에 천하가 편안해지니 지금 백년 간 천하가 무사하다"라고 말했다. 열하일기(熱河日記)에 중국과 조선의 역사를 많이 풀어 놓은 그였지만, 요 들판을 지나면서 바로 그 들판에서 124년 후 일본군과 러시아군이 불과 몇 달 만에 수십만이 죽는 전쟁을 벌일 것임과 압록강을 건너기 전 땅에서 170년 후 동족 사이에 게다가 미군 등 10개 이상의 나라 군과 중국군이 3년 간 수백만이 죽는 전쟁을 벌일 것임을 아마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박연암 사망(1805년) 이후 동아시아는 150년 가까이 풍진을 뒤집어 썼고, 최근 60년 간 조용했다.

케네스 왈츠는,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에서, 미국, 유럽, 이스라엘의 대부분 정책결정자들이, 핵무장한 이란이 현재 대치 상태의 최악의 가능한 결과라고 경고하지만, 사실은, 아마 최선의 가능한 결과, 즉 중동 안정을 회복할 가장 개연성 높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테헤란이 자기 안전을 핵무기 보유에 의존하기로 결심하고 있다면, 제재가 그 생각을 바꾸지 못할 것이고, 사실, 제재 강화는 이란으로 하여금 더욱 취약함을 느끼도록 만들 수 있어 이란에게 궁극적 억지의 보호를 찾을 이유를 더 줄 뿐이라면서, 이란의 의도를 확인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이란이 핵무기를 갈망하고 있다면, 아마 그 목적은 자기 안전을 갖추는 것이지, 공세적 능력을 증진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인도, 파키스탄을 예로 들면서 핵무장이 지역안정을 가져왔고, 핵확산이란 급속히 통제 없이 퍼지는 것인데, 지난 70년의 핵 역사는 핵확산 공포가 근거 없는 것임을 증명했다면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고통을 받을 필요 없이, 공개된 대화 라인이 서방으로 하여금 핵 보유 이란과 더욱 잘 공존할 수 있게 느끼도록 만들 것이기 때문에, 이란과 주요국들 사이에 외교가 계속되어야 하고, 현재의 대(對)이란 제재는 성취하려는 것이 거의 없이 주로 일반 이란인들을 해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 능력이 나타난 곳에 안정 역시 나타났음을 역사가 보여줬다고 글을 맺었다. 이 글은 발표 즉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찬반토론의 대상이 되었다.

그의 글에서 '핵 개발중인 이란'을 '핵무기를 가진 북한'으로 바꾸어 읽는다. 핵무장과 비핵화. 한미동맹과 중국, 남북의 대결과 화해, 중국(심해지는 빈부격차, 지역격차 그리고 여전한 민족차별, 사람의 지배, 비민주, 인권무시 속에 급속히 국력이 커지고, 통합이 오래면 반드시 분열했던, 14개국과 접경한 나라)의 장래. 베이징에서 보는 동북과 한반도 그리고 동해, 점차 관심이 아시아로 기울어지는 미국과 러시아…. 긴 시간만이 진실을 알려줄, 동시대인은 절대 답을 알 수 없는, 명백히 중대하고 아마 긴박한 문제에 한국인들은 당면해 있다. 우리 후손들의 운명이 걸린 우리의 과제 앞에서 각자의 선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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