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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

양승국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동구 공산권이 몰락하고 사회가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세계적으로 이데올로기의 논쟁은 사그라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진보니 보수니, 좌니 우니 하며 첨예한 이데올로기의 대립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왜 이럴까. '보수(保守)'란 보호하고(保) 지키자는(守) 것으로 보수 논객들의 말에 의하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보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진보(進步)란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으로, 더 나은 사회를 향하여 뚜벅뚜벅 전진하는 것을 말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나 보수나 다 우리 사회를 위해서 필요한 것인데, 진보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과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왜 서로에 대해 이 사회에서 같이 할 수 없는 존재라는 듯이 서로 으르렁대고 헐뜯는 것일까.

내 생각엔 보수주의자나 진보주의자나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 인권(人權)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 동의하리라고 본다. 보수주의자들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개인의 창의와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지켜져야 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보수주의자들 중 많은 사람들의 속마음에는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고 싶지 않다는 욕망이 도사려 있다. 지금 이대로가 나는 좋은데 왜 자꾸 고치고 변화시키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욕망을 감추고 있는 자들은 말로만 보수주의자이지 실은 수구주의자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진보주의자의 경우에는 자기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앞장서 제도를 개혁하려고 하면서 자기만이 옳다는 독선에 빠져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의 생각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목표를 위해선 수단이나 절차의 정당성은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요즈음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의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생각이 이럴 것이다. 이 또한 그들의 내면에는 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자기가 목적하는 것은 쟁취하고야 말겠다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당이 이끄니 인민들은 무조건 따라오라던 공산주의 국가들이 지금 어떻게 되었나. 개인의 창의나 자유를 무시하고 계획경제하에 모든 것을 통제하려던 공산주의가 과연 성공하였느냐 말이다.

이렇듯 지금 우리 사회는 진보주의자나 보수주의자나 모두 욕망이 가득한 자들에 의해 진보와 보수의 본래 그 선한 개념이 오염되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이런 자들은 '내 편에 서라. 아니면 적이다'라고 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줄서기와 편가르기를 강요하며 사회를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근본으로 돌아가자.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얘기한다. 그렇다.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을 버리고 사람으로서 본래의 심성을 회복하자.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한 아무리 이상적인 주의(主義)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