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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체험기] "법학실력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무분야 지식과 소통 능력"

허중혁(TV조선 전략기획실)

1. 첫 출발에 즈음하여

작년 6월 말부터 인연을 맺게 된 종합편성채널 방송국에서 일한 지도 어느 덧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이다. 일을 하다 보면, 때로는 어느 것 하나 명확히 정해진 바 없었던 로스쿨 3년의 지나간 세월들이 오버랩되기 시작한다.

예상과 전혀 다른 양상을 겪어야 했던 로스쿨에서의 3년간의 시간, 그 시간 동안 정말 너무나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준비했던 것 같다. 그 기간 동안 힘들 때마다 나를 붙잡아 주었던 것들이 몇 개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심인숙 교수님이 내게 메일로 주신 말씀이었다.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오직 꿈을 향해 무소처럼 뚜벅뚜벅 걸어가세요!" 그 말씀을 잊지 않았던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3년의 기간을 정말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관심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한 관심과 로스쿨 재학 기간 동안 일본 관련 실무를 거친 것을 이유로 시작한 방송국에서의 인턴. 여름부터 12월 1일의 개국 시점까지 겪은 일들은 오랜 동안 법학 공부에 지친 나에게는 흥미진진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TV조선은 변호사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부족한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 로스쿨 졸업 이전에 먼저 채용을 해 준 덕에 3월 23일 합격자 발표 후 변협에 등록까지 한 지금, 방송국의 사내변호사로서 각종의 계약서 검토와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일본 업무, 저작권 협상에 투입되는 등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5월 TV조선을 개국하기에 앞서 주주자격으로 방문한 일본 도쿄 고탄다에 있는 'IMAGICA 로보트 홀딩스'의 키타데(왼쪽에서 세번째) 회장, TV조선 오지철(왼쪽에서 두번째) 대표 등과 함께 보도본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맨 왼쪽이 필자.

2. 방송국 법무업무의 내용

(1)계약서의 검토


처음 계약서를 검토하기 전에는 법학 실력이 아직 부족함을 걱정하였으나, 실제로는 방송 분야에 대한 실무적 지식(외주제작의 현실이나 협찬 등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가장 큰 난제로 다가왔다.

드라마 하나가 방송되기까지 외주제작사와 연기자, 음악·미술 감독 등의 외부인력과 이를 조정하는 방송사 PD 및 대본의 작가 등 수많은 인력들이 각자의 경제적 이해계산을 거쳐 오랜 기간 작업을 함께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방송국 소속 법률가는 저작권을 가진 작곡가와 작가는 물론 저작인접권을 가진 연기자와 음반제작자, 음악 실연자들의 권리와 의무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2)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언론중재위원회 조정과 관련한 업무는 기일출석 요구서가 법무담당인 나에게 송달되면서부터 시작된다. 법무담당이 그 사본을 조정대상 보도를 작성한 기자 및 그 담당부서의 부장에게 보내게 되면, 기자는 조정신청서 내용을 반박하는 취지의 사실관계 서면을 작성해 보내 주게 된다.

법무담당은 보도본부 쪽에서 보내 온 사실관계 서면을 참조로 하여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할 답변서를 작성하여 이메일로 제출한 후, 지정된 기일에 부장급 상급자와 함께 대리인으로 출석하게 되는 것이다.

언론중재위에 대리인 출석

부장급 상급자나 변호사가 대리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대리인이 되면 조정절차 내에서 조정이 성립되기 어렵기 때문이므로, 기사를 보도한 기자는 조정 법정 내에서는 참관인 자격으로만 참여할 수 있다.

(3) 회사법 및 방송 관련 법무

상장 회사를 포함한 일반 기업들은 3월에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정기적으로 행하기 때문에 일정이 빠듯하다. 더군다나 지난 4월15일부터 개정 상법이 본격적으로 발효됨에 따라 정관을 비롯한 각종 회사 규정들을 정비해야 하는 등 많은 과제가 있었다.

이사의 자기거래에 관한 의결정족수가 강화되고 사업기회유용금지 규정이 도입되어 정관의 개정이 필요했고, 그 외에 집행임원 제도가 상법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기존에 관행으로서 존재하던 집행임원을 폐기하느냐 아니면 상법상의 엄격한 요건을 갖추어서라도 집행임원 제도를 계속 유지하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4) 저작권단체와의 협상

한·미 FTA의 이행을 위해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저작권의 보호기간이 연장되고 법정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는 등으로 권리자의 보호가 강화되는 현실에서 방송사로서는 이전에는 겪지 못했던 정도의 많은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할 상황이 도래하게 되었다. 가뜩이나 낮은 시청률로 인한 광고수입의 저조로 인하여, 저작권 협상 문제는 종편 4사들에게 너무나 부담스러운 사안이었다.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저작권보다 저작인접권이 더 문제가 됐다.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음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종편 4사의 경우에 드라마 등의 재방송이 많았기 때문이다.

(5)일본 관련 업무

일본 관련 업무는 계약서의 검토에 한정되지 않았고 TV조선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인들과의 접촉은 전부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일본인들과 주 1회 미팅도

한동안 1주일에 한 번은 일본인들과 미팅을 하거나 식사를 같이 하게 됐고, 특히 2011년 12월 1일 개국 시점을 전후해서는 일본 주주 및 협력사의 많은 관계자들과 통화하고 그들의 인적 사항을 기록하여 보고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3. 방송국 법무업무의 현상과 문제점

(1) 새로운 영역에 대한 법률가로서의 대응


방송국의 사내변호사는 방송법, 저작권법 등 매우 특수하고 새로운 영역에 관한 자문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이에 대해 선배 변호사의 자문을 받기도 어렵고 교수님들께 질문을 드리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오히려 자문업무를 수행하는 와중에 방송가에서 10년 이상 일한 차장급 간부들에게 새로 배우는 것들이 더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들이 방송법 및 방송광고 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일명 미디어렙법)의 개정과 관련한 이슈들이었고, 이러한 사안들에 있어서는 법률 전문가보다는 방송가에서 오래 일한 전문가들의 도움이 매우 긴요했다.

그런데 현실에는, 변호사라고 하면 모든 영역에서 법률과 관련한 지식을 다 갖추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일반인들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처가 쉽지 않다.

(2) 내부 보고 및 소통의 문제

이미 새로운 영역에 대한 법률적 업무를 함에 있어 회사 동료나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함을 기술하였듯이, 실무에서 법률가는 자기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사내변호사의 경우는 송무를 처리함에 있어서도 소송비용의 결제를 위해서 자신의 부서 외에도 재무 부서를 거치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기에, 내부 보고 및 소통의 문제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경영진은 법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쉬운 언어로 설명하고 보기 좋은 서식을 통해서 보고서를 올려야 한다. 그 내용의 충실함 이상으로 보기 좋아야 하는 형식성이 중요했다. 따라서 워드 및 PPT의 작성 능력이 매우 중시됐다. 이러한 전반적인 정황을 겪고 나서 로스쿨에서 간과되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협상론 과목이며, 성적 이상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3) 언론, 저작권 관련 소송에 대비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건과는 별개로, 기사에 거명된 당사자들이 직접 회사와 기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기사의 신속성을 추구하는 언론사의 경우 이러한 형태의 소송은 흔히 겪어야 하는 사안이었지만, 법원으로 바로 제기된 정정보도 등의 청구는 손해배상액의 정도도 언론중재위원회의 경우보다 훨씬 큰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서 예방적 법무가 더욱 중요하게 되므로, 최근에는 중요 기사가 나가기 전에 변호사의 자문을 거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음악 등 저작권 문제 엄청나

최근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지상파 방송국들과의 저작권 협상이 결렬되자, KBS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개시한 상황이다. 방송국에 대하여 저작(인접)권료를 요구하고 있는 단체도 현재까지 무려 8개 단체이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두 컴'과 같은 새로운 단체들까지 출현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이처럼 종래 관행적으로 무단 사용되었던 음악저작물 등의 저작권 문제는 이제부터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엄청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4. 글을 마치며

아직까지 종합편성채널 방송국은 안정되지 못한 상황이고 나를 제외한 변호사도 존재하지 않다 보니, 변호사협회에의 등록비를 비롯하여 변호사로서 응당 받아야 할 대우들에 대해서 스스로 주장하고 협상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연봉협상 과정에 있어서도 사내 인사규정을 직접 뒤지면서 근거를 찾고, 다른 회사의 사내변호사들이 받는 대우를 직접 조사하여 제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게 되었는데, 이러한 과정은 앞으로 로스쿨 출신이나 기업에서 일하게 될 변호사들은 흔히 겪게 될 일이 아닐까 싶다.

최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에 대한 의무연수기간 동안의 대우와 관련하여 매우 부정적인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의무연수기간이 지난다고 하여 변호사들에 대한 대우가 획기적으로 좋아진다고도 확신할 수 없는 여건임을 미루어 볼 때, 이제 더 이상 변호사란 송무만 하는 직역이 아니며 급격히 늘어난 인원들 사이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이 갖지 못하는 경력과 자질을 갖추어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

예전에 고시공부를 하는 동안 무심코 말했던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의 꿈에, 낯선 땅 도쿄의 한가운데에서 그 꿈에 서서히 다가가고 있음을 느꼈을 때. 그때의 섬뜩한 희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수가 급증한 변호사들의 취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인연이 닿아 얻게 된 방송국에서의 좋은 기회. 꿈은 생각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어느 정도 믿게 된 만큼,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라는 예전부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무소처럼 뚜벅뚜벅 걸어 나가고자 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