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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무논의 개구리

신평 교수(경북대 로스쿨)

날이 어두워지면 요즘 개구리 소리로 시끄럽다. "개골, 개골!" 하는 소리가 세상천지를 뒤덮는 듯하다. 시끄럽긴 하나 소음은 아니다. 듣고 있노라면 이내 거부감이 없어진다. 오히려 소리의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몽환의 느낌이 인다. 그것은 먼, 먼 과거로 인도하는데, 편안함이 너울거린다.

첫째, 둘째 아이가 차례로 서울에 공부하러 떠나가자 막내를 데리고 다시 시골로 돌아와 버렸다. 5년간에 걸친 도시생활, 전세 든 아파트에 기죽이며 살던 생활을 미련 없이 청산했다. 과거 짧은 기간이나 변호사를 하며 지어놓은 집에는 새벽부터 어둠이 깔릴 때까지 새들이 우짖는다. 이끼 낀 돌들로 쌓인 연못에는 고기가 유유히 헤엄쳐 다닌다. 오죽(烏竹)이 둘러쳐져 있는 목조의 별채는 서재로 꾸몄다. 딸린 대청마루는 차 한 잔 나누기에도 그만이나 낮잠 자기에도 좋다. 이곳의 땅값은 무척 싸다. 그러니 호화주택에서 호사를 누린다고 방정떠는 것은 아니다.

모내기는 일 년 농사일에서 가장 큰 노력을 요한다. 모내기 자체는 누구나 이앙기로 하니 큰 힘들지 않으나 그 전 단계가 문제다. 가을 추수 이후 들쥐나 두더지가 뚫어놓은 구멍을 막고, 뭉그러진 논의 모양새를 다시 만드는 작업은 아주 힘든 일이다. 세상이 좋아져서 이도 기계로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나 모든 농가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여 저수지에서 풀린 물을 가둔다. 무논이 된다. 늦봄의 따뜻한 햇볕을 담뿍 받은 따스한 물이 찰랑거린다. 마치 엄마의 젖가슴처럼 푸근하다. 모든 열정과 희로애락이 무논 속에 녹아들고 어떤 일이든 그 속에서는 다 용서받는 듯한 착각을 가진다. 우리는 이 지상에 선 존재로서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우주적 존재로 승화된다.

논개구리는 사람이 만들어 준 넓은 서식지에서 번식의 일을 한다. 하늘과 땅을 덮는 개구리 소리는 바로 구애의 소리인 것이다. 교합을 하고 알을 낳는다. 왜 개구리는 모내기철이 되어서 이렇게 시끄러운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한반도에 산 사람들이 만든 문명의 한 소산인 모내기를 개구리가 받아들여 이 무렵에 번식을 위한 성업을 수행한다.

울려 퍼지는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은 조금씩, 닥쳐올 여름의 소음에 내성을 기른다. 정작 여름이 되면 열어 제친 방문을 통해 바깥 소리가 마구 밀려든다. 개구리는 우리들에게 미리 그 때를 위한 대비를 쌓게 하는 셈이다.

이렇게 한반도에 살아온 사람들과 개구리는 상호작용을 이루며 독특한 생의 방식을 배우고 만들어왔다. 무논의 느낌, 개구리 소리, 찌는 여름 등 모든 것들이 우리 삶 속으로 뛰어 들어와 하나를 이룬다. 그래서 우리 민족이 가져온 귀중한 정서를 이룬다. 애석하게도 지금 많은 사람들은 여기에서 멀어져 있다. 시골생활을 하면 바로 이것이 복원된다. 너른 마음이 되어 하늘과 구름 그리고 바람을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산다. 아, 이 충만의 기운을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