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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필리버스터(Filibuster) 도입

이남철 법무사(대한법무사협회 법제연구위원)

지난 5월 2일 국회법일부개정안이 통과됨으로 해서 우리나라도 이제 합법적인 의사진행방해라고 불리는 필리버스터(Filibuster, 16세기의 해적 사략선(私掠船)을 가리키던 이 용어는 1800년대 중반에 들어 정치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제도가 도입되었다.

의회에서 합법적으로 의사진행방해를 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장시간 연설, 의사진행 또는 신상발언의 남발, 각종 동의안과 수정안의 연속적인 제의 및 장시간의 설명, 회의장 총퇴장, 회기불계속 원칙 하에서 법안처리시한을 넘겨 법안이 폐기되도록 하는 전술 등으로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2일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은 우리나라 헌법 제49조에 정하여져 있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라는 '단순과반수결의'를 더 강화하여 5분의 3이상의 '가중다수결'을 요구하였다. 즉, 국회의석의 60%이상을 차지하지 않으면, 아무리 다수당이라도 국회상임위와 법사위, 본회의에서 여야간 논란이 있는 쟁점법안 처리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18대국회가 끝나는 시점에 도입된 것은 최루탄이나 망치로 얼룩진 국회폭력사태의 경험을 앞으로는 하지 말자라는 다짐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수백건의 다른 법률안을 한없이 미뤄 입법기 종료에 의한 자동폐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에 떠밀려 민생법안이라고 명명되는 법안들을 처리함과 동시에 국회선진화라는 좋은 말을 붙여 국회법을 서둘러 개정을 한 것은 어딘지 어색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4년마다 입법기가 다르고 4년 내의 회기 사이에는 회기계속의 원칙이 지켜지지만, 4년마다 바뀌는 입법기간에는 회기불계속원칙이 적용된다. 그럼으로 인하여 18대 국회의 입법기 종료로 자동폐기법률안이 수백개가 된다. 이러한 늑장처리가 그 모든 필리버스터 보다 더 문제가 되는 필리버스터이다.

폭력사태를 방지한다는 새로운 의사진행방해 수단을 만들지 않아도 이미 오래전부터 기득권의 옹호수단, 의사방해수단으로 남용되어온 법안에 대한 지연처리에서 자동폐기로 이어지는 비경제적 소모적인 국회 운영 때문에 국민은 피로하다. 그런데 이번 제도로 인하여 국회가 가중다수결이 안되어 일을 못했다고 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가뜩이나 일하지 않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만에 대하여 면피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필리버스터는 국민에게나 국회의원에게나 다수당이나 소수당이나 모두에게 양날의 칼의 기능을 한다. 이 제도가 그 도입 취지에 맞게 격조 높은 국회운영으로 자리매김하고, 국회가 일을 열심히 하여 자동폐기되는 법안이 없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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