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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상생(相生)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여러 해 전의 일입니다. 급한 일로 차를 몰고 있었습니다. 무심코 가는데 갑자기 쾅하는 것이었습니다. 정신을 다잡아 보니 내 차가 앞차의 꽁무니를 받은 것입니다. 제법 충격이 온 것을 보면 받은 강도가 셌던 모양입니다.

자세히 보니 영업용 택시였습니다. 그리고 앞차의 꽁무니에 내 범퍼의 모습이 선연히 찍혔습니다. 순간 걱정이 앞섰습니다. 어떻게 보상을 해야 빨리 그리고 원만히 할 수 있을까. 그 기사님은 한 오십 될까말까한 분이었습니다. 뒤로 와서 자기 차의 손상 부위를 보더니 나를 향하여 미소를 지으며 "됐습니다. 가시지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별일 아니라는 듯이 도로 앞으로 걸어 갔습니다. 잔뜩 긴장했던 나는 연신 미안하다고 하고 내 차에 오르려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기 차로 가던 기사분이 "잠깐" 하며 나에게 다시 왔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당신이 내 차를 받았지요."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내가 당신을 그냥 가시게 했지요." "예, 그렇습니다." "한 가지만 부탁하겠습니다. 언젠가 당신의 차를 누가 뒤에서 받으면 당신도 그 사람을 그냥 보내 주십시오. 어지간하면 말입니다."

그리고는 차를 몰고 사라졌습니다.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가 실상을 해야 할 처지에 오히려 은혜를 입은 것입니다. 그 기사분 말대로 그런 기회가 올 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나도 그래야지. 그렇게 되면 이것이 바로 상생이 아닐까 합니다.

상생은 그 기사분 말대로 그가 나를 돕고 내가 또 다른 남을 돕고 그 남이 또 남을 돕고 그리고 그 남이 그 기사를 돕는 관계가 상생입니다. 이는 하나의 순환입니다. 인체에서 신장(腎臟)이 간장(肝臟)을 돕고, 간장이 심장(心臟)을 돕고, 심장이 비장(脾臟)을 돕고, 비장이 폐장(肺臟)을 돕고 폐장이 다시 신장(腎臟)을 돕는 구조가 상생입니다. 내 것을 너에게 주고 대신 네 것을 내가 받는 협상은 상생이 아닙니다. 그것은 협잡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생(相生)에는 협잡은 있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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