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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파경(破鏡)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파경(破鏡)은 부부가 서로 헤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거울이 깨져 갈라지듯이 나뉘는 것을 말합니다. 한번 깨진 거울은 원상으로 복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부의 인연을 끊고 남남이 되는 것은 커다란 고통입니다. 파(破)는 돌이 갈라지듯 깨지는 것을 말하고 경(鏡)은 사물을 비추어 보는 거울이라는 뜻입니다. 요즈음 이 고통스러운 일들이 너무 빈번히 법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파경(破鏡)이라는 말은 헤어짐이 아니라 만남을 기약하는 신표(信標)에서 나온 말입니다. 거울을 깨뜨려 반쪽씩 가지고 있다가 오랜 세월 뒤에 이를 맞추어 확인한 뒤에 재결합의 징표로 삼은 것이 파경입니다. 고구려 주몽과 그 아들 유리의 결합처럼 말입니다.

중국 설화집 태평광기에 진(陳)나라 서덕언과 그 부인 악창 공주 이야기가 나옵니다. 더없이 금슬이 좋았지만, 전란으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거울 한쪽씩을 나누어 가지고, 이를 신표로 다시 만날 것을 언약하였습니다. 만일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생겨 변절할 수밖에 없으면 이 깨진 반쪽 거울을 아무해 정월 보름날 어느 도시의 상인에게 팔기로 약속했습니다. 과연 악창공주는 거울을 팔 수밖에 없었고, 그 후 그는 양 소지라는 사람에게 개가했습니다.

서덕언은 약속대로 정월 보름날 밤에 그 도시에 갔습니다. 급기야 상인이 파는 반쪽 거울을 발견하고 보니 찾고찾던 바로 그 거울이었습니다. 상심하여 부른 시가 "거울도 사람도 모두 없더니, 거울은 있는데 사람은 없네. 항아의 그림자도 없는데, 부질없이 달빛만 밝구나…" 이 노래를 전해들은 악창공주는 식음을 전폐하였습니다. 사연을 안 양 소지가 서 덕언을 불러 둘의 연을 다시 잇게 해 주었다고 합니다.

부부란 그리 쉽게 헤어져서는 안 됩니다. 서로 감싸고 부족함을 보태며 살아야 하는 것이 부부입니다. 파경(破鏡)은 원래 만남의 신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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