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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불법 흥신소 같은 공직윤리지원관실

하태훈 교수(고려대 로스쿨)

법적으로 신용조사소라 불리는 흥신소는 돈을 받고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 재산 상태, 개인적인 비행 따위를 몰래 조사하여 알려 주는 일을 하는 사설기관을 말한다. 흔히 심부름센터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것도 허가없이 하거나 신용조사 외에 특정인의 소재나 연락처를 알아내고, 사생활을 캐는 것은 처벌대상이다. 타인의 삶을 훔쳐보고 엿듣는 행위는 당하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발가벗기는 인격말살행위이기 때문에 금하고 있는 것이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불법 심부름센터 같았다. 감찰이나 정보기능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 공식적으로 존재함에도 비밀리에 편법으로 신설되었기 때문이다. 촛불집회에 덴 청와대가 총리실에 비선조직으로 설치하여 공식보고라인도 없이 비선만 존재했다는 점에서도 불법적이다. 폭로된 사찰 문건에 드러난 것처럼 내연녀와의 은밀한 대화도 엿듣고 잠복도 하며 신분도 위장해서 미행과 추적을 일삼았다는 점에서도 시중 불법 흥신소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야밤에 들이닥쳐 공직자의 서랍을 뒤지거나 민간인을 뒤따라 다니며 뒷조사도 하고 세무조사로 협박하는 등 직권남용도 다반사였다. 겉으로는 공직사정의 방침에 따라 해이해진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 세운다면서 뒤로는 과거 정부에 협조적이었거나 현 정부에 비판적인 공직자를 감시하고 더 나아가 권한에도 없는 민간인까지 사찰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도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흥신소나 진배없다. 불법사찰 사실이 밝혀지자 대포 폰을 사용하고 조직적으로 증거도 인멸하고 위증한 대가로 돈도 주고 취업도 알선했다니 흥신소보다는 범죄조직을 연상케 한다.

불법사찰은 권력자에게 매우 달콤한 유혹이다. 정적을 제거하는 데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캐낸 약점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는 역사적 경험이 불법사찰을 부추기는 것이다.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사찰도 진화했다. 정보기관이 도맡아 하다가 이제는 정보기관이 아니더라도 전 방위로 무차별적으로 한다. 예전에는 색안경으로 상징되는 기관원이 전담했지만 이제는 권한만 주어지면 정보기관이든 아니든, 대상이 공무원이든 민간인이든 가리지 않는다. 목적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정적을 제거하는데 사용했다면 이제는 입맛에 맞지 않는, 코드가 다른 인물들을 쳐내 그 자리에 자기사람을 심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졌다. 그러니 공직사회는 얼어붙고 다른 목소리를 낼 엄두가 나지 않게 되고 상명하복과 일방통행에 길들여지는 것이다. 시민들도 언제 또 다시 감시의 대상이 될지 모르니 입 다물고 눈감고 사는 수밖에 없다며 몸을 사리게 된다.

그래서 불법사찰은 국가기관이 권력을 남용하여 국민이 가지는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행태로서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불법사찰은 인권의 후퇴이자 자유민주주의의 퇴행이다. 감시와 통제가 민주화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 그야말로 70년대를 사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이러고도 감히 국격(國格)이란 단어를 입에 올릴 수 있겠는가. 어디 가서 자신 있게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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