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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토론

[찬반토론] 전문자격사 간 동업 허용 - 반대

채근직 변호사(한양대 로스쿨 겸임교수)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와 법무사·변리사·세무사 등 법조인접 자격사의 동업 허용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법률신문 2012년 3월 19일자 1면 참조). 하지만 재야법조계에서는 변호사와 다른 자격사의 동업을 허용하면 변호사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고객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찬성론과 변호사의 윤리가 훼손되고 일감이 줄어들어 변호사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반대론이 팽팽이 맞서고 있다. '변호사와 법조인접 자격사의 동업 허용'을 주제로 찬반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1. 서론

최근 변호사와 비변호사의 동업 논의가 자주 들린다. 과거에도 경제부처 등에서 그런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한변협 및 변호사들의 반대로 수그러들었던 논의인데, 이번에는 대한변협 집행부가 나서서 논의를 하겠다고 한다. 원래 변호사와 비변호사의 동업은 여러 형태가 있지만 이번에는 변호사와 법조 인접직역 전문가인 세무사, 변리사, 법무사, 관세사, 공인노무사 등과의 동업 허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공공연히 법무사가 변호사를 고용하겠다는 광고를 하였고, 이에 상당수의 변호사가 응모하였다는 말까지 들린다. 어렵디 어려운 변호사들의 실태를 반영한 일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막상 많은 변호사들은 도대체 왜 비변호사와의 동업 문제가 지금 시점에서 논의되는지 잘 모르고 있으며,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에 대하여도 잘 모르고 있다. 또, 당장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변호사들은 혹시 동업이 허용되면 보다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 아니겠냐는 기대를 하기도 하는 듯하다.

나는 20년간 서초동에서 개인 변호사로 일하고 있으며, 2007.부터 2년간 대한변협에서 회원이사를 역임하면서 우리 변호사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고, 현재는 로스쿨에서 법조윤리를 강의하고 있는 입장에서 도저히 그냥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문제에 관한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2. 변호사법이 동업을 금지시킨 근본이유

원래 변호사는 법률전문직(Legal Profession)이기에 특별한 전문직 윤리가 요구되는 직업이다. 변호사에게는 법률서비스업 종사자로서의 측면과 독립적 사법기관으로서의 측면이 있는데, 법률전문직인 법률서비스업 종사자로서 보통의 선관주의의무보다 훨씬 강화된 선관주의의무를 요구받으면서 의뢰인에게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하지만, 민주주의와 그 핵심인 법치주의 그리고 사회정의의 실현에 이바지하여야 하는 독립적 사법기관으로서의 측면이 있어서 공공성과 당사자로부터의 독립성, 진실의무, 직무전념성이 요청되는 점 등에서 제한된 성실의무를 부여받고 있기도 한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 변호사는 당연상인도 아니고 상인적 방법에 의하여 영업을 하는 의제상인도 아니라고 하는 것이며(대법원 2007.7.26.선고 2006마334결정), 다른 직종 종사자와 달리 엄청난 공익성을 요구받고 심지어 직무 외에 있어서도 품위를 유지할 의무를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공공성이 강력하게 요구되는 법률전문직인 변호사이기에 사건 수임에 있어서도 사건을 소개하고 대가를 주고 받는 행위, 사건유치목적으로 각종 기관에 출입하는 행위 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사무직원의 경우에도 사건유치에 대한 성과급을 주는 경우를 철저하게 금지하고 형사처벌까지 가하고 있으며, 변호사 아닌 자와의 동업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동업 금지 조항을 없애거나 변경하여 동업을 허용하고자 하니 온갖 문제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아래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살펴보자.

3. 동업 허용시 예상되는 문제점

가. 선관주의의무, 윤리수준 차이에서 나오는 문제점


변호사에게는 세무사, 변리사, 법무사, 관세사, 공인노무사 등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윤리성이 요구되고 있고, 한층 강화된 선관주의 의무가 부여되어 있다. 변호사가 비변호사와 동업을 하게 되는 경우 변호사가 비변호사에게 종속된 상황이라면, 또 변호사와 비변호사가 동업체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는 이상 그들에게 변호사 윤리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지 의문이다. 단순한 의문이 아니라 거의 기대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 당연한 결론일 것이다. 하나의 동업체 내에서 변호사에게는 높은 수준의 변호사 윤리를, 비변호사에게는 낮은 수준의 직업윤리를 기대할 것인가.

나. 자본에의 예속과 사회적 신뢰 상실

사실 아무리 변호사의 윤리와 공공성을 강조해도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는 공허해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현재에도 많은 로펌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그 타개를 위한 사건 유치 과정에서 상업성이 강화되는 방면으로 나가고 있어 우려되고 있는데, 만일 동업이 허용되면, 많은 변호사들이 자본에 예속되지 않을 수 없다.

현재는 동업이 철저하게 금지되고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가해지니 그나마 동업을 막을 수 있지만, 동업이 허용되면 동업체의 자본 비율이 형식적으로 나타나는 것과 전혀 다른 비율로 현실화될 수 있고, 이를 제대로 막을 방법도 없다. 그럴 경우, 동업체는 결국 자본을 댄 사람의 지휘에 따라갈 수 밖에 더 있겠는가.

변호사의 윤리는 상업적 논리 앞에 무너질 것이고,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땅에 떨어질 것이다. 상업자본 앞에서는 변호사가 동업체의 경영권과 일정 이상의 지분을 갖는다는 규제가 있어도 형해화될 것임이 틀림없다.

다. 변호사의 자율성 훼손

오랜 투쟁을 거쳐 변호사는 대한변협을 통하여 자체 징계권을 획득하였고, 적절하게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만일 동업이 허용되면 동업체를 구성하는 여러 전문자격사들에 대하여 대한변협이 모두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겠는가. 다른 전문자격사협회들이 중구난방으로 징계권 내지 다른 형태의 규제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면 어찌 될 것인가.

만일, 법무부가 징계권을 환수하겠다면 어찌 할 것인가. 우리의 선배들이 무수한 노력 끝에 얻은 자율권을 포기할 것인가.

라. 브로커의 합법화

동업을 허용하면 개인 변호사나 중소형 로펌에서는 자본력이나 사건 수임 능력이 뛰어난 법조 인접직역 전문가에게 예속되거나 그들에게 합법적으로 사건 소개에 대한 커미션을 주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고, 대형 로펌들은 지금까지 고문 등으로 영입하던 고위직 관료들을 사건 유치와 해결에 적극 활용하여 그들에게 성과급을 주는 형태로 운영할 것임이 틀림없다(현행법은 성과급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는 결국, 현행법상 금지되고 있으며, 변호사 윤리상, 또 개인 변호사들이나 중소형 로펌의 보호를 위하여 필수적 요소인 브로커 금지 문제를 포기하고 브로커를 합법화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마. 변호사의 독점적 소송대리권이 실질적으로 상실됨

지금도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 등이 지속적으로 변호사의 소송대리권에 위협을 가하면서 자신들의 분야에 소송대리권을 달라고 하면서 엄청난 입법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막기 위하여 대한변협이나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그 동안 얼마나 노력했는가. 이제 동업이 허용된다면,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소송대리권을 주는 것과 거의 마찬가지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바. 개인 변호사, 중소형 로펌의 어려움 가중

현재도 대형 로펌들은 법조 인접직역 전문가들을 고용하여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간혹 일부 로펌이 그들을 단순히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급을 주면서 탈법행위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이는 극소수 사례에 불과할 것이다. 동업 허용 후에도 대형 로펌들은 자금력이 있기에 자신들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면서도 영향력이 큰 외부 법조인접직역 전문가들을 영입하여 성과급을 주어가면서 많은 사건을 유치할 수 있다.

그러나, 중소 로펌과 개인 변호사들은 그럴 능력도 없으니 자본에 예속되지 않으려 하거나 변호사로서의 독립성을 유지하려면 더욱 어려움이 가중된다. 동업체에 합류하거나 아니면 몰락할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사. 변호사 전체 법률 사무량이 침탈됨

동업이 허용되면, 무려 10,000 명 정도의 세무사, 3,000 명이 넘는 변리사, 6,000 명이 넘는 법무사, 1,000 명 정도인 관세사, 2,000명 정도인 공인노무사 등 변호사들의 두 배 정도가 자신들의 직역에서 변호사의 직역으로 업무 범위를 넓힐 것이다. 그러면, 결국 변호사들이 처리할 전체 법률 사무량이 침탈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과연 막을 수 있겠는가. 어떠한 방호책도 동업 허용 후에는 실질적인 방호책이 되지 못할 것임이 분명하다.

아. 청년 변호사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자존심 상실

기성 변호사들은 동업 허용 후에도 그나마 사건을 유치할 수도 있고, 다른 법조 인접직역 전문가들에 대한 상대적 우월감과 자존심도 있어서 어떻게든 살아나갈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막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는 청년 변호사들은 독립할 엄두도 내기 힘들어질 것이다. 다른 법조 인접직역 전문가들에 대한 자존심도 가질 수 없다. 그들에게 월급을 받아야 하는데, 무슨 자존심인가. 더욱이 전체 법률 사무량 상당수가 이미 침탈된 뒤인데...

자. 원스톱 서비스의 환상과 실체, 법률 소비자들의 불만족

동업 찬성론자들은 의뢰인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법률 서비스 만족도를 높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 것인가.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기존에도 로펌들은 필요한 부분의 법조 인접직역 인력을 고용하여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여 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는 그 서비스가 변호사 주도로 제공되고 있는데, 동업이 허용되면 다른 법조 인접직역 전문가들 주도로도 행하여 질 수 있기에 그 서비스의 수준이나 윤리성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법률 소비자들도 비록 변호사들에 대한 불만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다른 법조 인접직역 전문가들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들의 불만족은 어찌할 것인가.

4. 결 론

로스쿨을 마친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이 올해부터 배출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좀더 경험과 지식, 지혜를 쌓으면 기존 변호사들과 함께 법조 인접직역 전문가들보다 더 특화된 원스톱 서비스, 진정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 변호사들, 기성 변호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호사의 공공성에서 비롯된 직업 윤리를 스스로 포기할 수는 없고, 자존심도 지킬 만큼은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동업 허용으로 인하여 변호사들의 업무량이 늘어날 것이 아니라 법조 인접직역 전문가들과 나눠먹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어서 동업체의 업무량이 늘 수 있을지언정 변호사들의 전체 법률 사무량은 줄어 버릴 것이므로, 동업 허용으로 인한 실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업은 허용되어서 아니되며, 만의 하나 도입 문제를 논의하더라도 장기간의 연구 검토를 거쳐야 한다.

미국에서도 동업제도는 시행되지 않고 있으며, 영국도 일부 제도 도입은 되었으나 소형 법률사무소들의 반대로 인하여 활발하게 시행되지 않고 있고, 일본도 겨우 논의 단계이다. 로스쿨 수료생들은 올해부터 배출되고, 한미 FTA로 인한 법률시장 개방도 올해부터 이루어지려는데, 우리는 변호사의 윤리와 자존심을 송두리째 없애버릴 수 있는 동업 허용 문제를 왜 이리도 서두르는가. 최소한 선진 제국가에서 논의되고 실행되는 것을 보아가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성급한 개혁으로 전체의 공멸을 가져와서는 안된다. 더욱이, 만의 하나 이런 문제를 일부 로펌이나 개인 변호사가 이미 변호사법을 위반하여 동업을 하고 있는 현실을 합리화하려는 구실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되는 일이다. 누구를 위한 동업 허용인가.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