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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투자 중국법률] 중국기업과 체결하는 계약서상 준거법 조항

함대영 번호사(법무법인 광장)

소송이 아니라 기업을 위한 일반 법률자문을 주로 하는 변호사라면 다들 한 번은 고객인 한국 기업으로부터 외국 기업과 체결할 사업계약서 초안의 사전 검토를 의뢰 받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경우 계약의 구체적인 유형에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그 계약서의 준거법, 분쟁해결, 언어 조항을 먼저 살펴본다. 한데 한국 기업의 계약 상대방이 중국 기업인 경우, 위 세 조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그 상대방이 영미 기업인 경우보다 상당히 큰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한국 기업들이 종래 익숙하게 대해 온 미국의 주법이나 영국법(잉글랜드와 웨일즈의 법)과 비교할 때, 중국법의 예측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짐은 부정하기 어렵다. 2001년 WTO 가입 이후 단기간에 많은 수의 현대적인 입법작업을 급속도로 추진해 온 중국에서 이런 현상은 당분간 피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한국 기업으로서는 피할 수 있는 불이익을 특별한 고민 없이 굳이 감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국 기업들의 상당수 실무자들은 이러한 부담감을 그다지 느끼지 않는 듯하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아래에서는 우선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각종 사업계약을 체결할 경우 준거법 조항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에 관해서 대략적인 방향을 소개하고, 분쟁해결 조항과 언어 조항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 기업을 상대방으로 한 사업계약을 체결할 때 준거법 조항에 관한 대원칙은 가급적 중국법의 적용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법은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계약 당사자 중 일방이 중국 기업인 경우 반드시 중국법을 준거법으로 약정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유의하여야 한다.

첫째, 중국법상 특정 계약의 준거법을 중국법 이외의 법으로 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당해 계약에 "섭외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 이에 관하여 중국 최고인민법원(우리의 대법원에 해당한다)은 계약 당사자들 중 최소 일방이 외국인인 경우, 계약의 목적물이 중국 외에 있는 경우, 혹은 권리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의 기초가 되는 법률사실이 중국 외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섭외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무상 대부분은 계약당사자 일방이 외국인임을 이유로 섭외적 요소를 인정받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본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한국기업이 한국 내에 설립된 본사라면 계약 당사자 중 일방이 외국인이라는 기준을 충족하므로 섭외적 요소가 인정된다. 만일 서명을 그 한국 본사가 중국 내에 설립한 자회사가 한다면? 이 경우 자회사는 중국법에 의하여 설립된 기업, 즉 중국인이기 때문에, 섭외적 요소를 인정받을 수 없다. 한데 만일 그 자회사가 홍콩에 설립되어 있다면? 홍콩, 마카오, 대만은 이 경우 "중국 외"로 간주되기 때문에, 섭외적 요소를 인정받을 수 있다.

둘째,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준거법을 반드시 중국법으로 하여야 하는 일련의 계약들을 공표하였는바, 그 중 특히 유의하여야 할 유형은 아래와 같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때 일종의 루틴으로서 자신이 체결하고자 하는 계약이 이에 해당하는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아래 유형에 해당하면 설사 당해 계약에 섭외적 요소가 있더라도 준거법을 중국법으로 하도록 강제되기 때문이다.

1) 외국인이 중국 내에서 중국인과 joint venture 기업(중외합자경영기업, 중외합작경영기업)을 설립하기 위하여 체결하는 joint venture 계약. 따라서 중국인의 참여 없이 한국 기업들끼리 joint venture로 중국 내에 기업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체결하는 joint venture 계약은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해도 무방하다. 단 이 경우에도 그 계약서의 내용 중 장래 설립될 joint venture기업의 정관에 반영되는 부분은 실질적으로는 중국법의 제약을 받게 됨에 유의하여야 한다. 이 경우 당해 정관의 내용을 중국의 정부기관(상무부서)이 심사하는데, 그 기관은 정관의 내용이 중국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 당해 기업의 설립허가를 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2) 외국인이 중국인과 합작으로 중국 내 자연자원을 탐사, 개발하기로 하는 계약.

3) 지분의 전부 혹은 일부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내 설립기업(중외합자경영기업, 중외합작경영기업, 외상독자기업)에 관하여 그 지분을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

4) 지분 전부를 중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내 설립기업에 관하여 외국인이 그 지분을 양수하거나 증자에 참여하거나 그 자산을 양수하는 내용의 계약.

5) 외국인이 중국내 설립된 중국인과 외국인간 joint venture 기업으로부터 포괄적으로 경영관리를 위탁받는 계약.

셋째, 설사 위 두 원칙에 따라서 중국법 이외의 법을 계약의 준거법으로 하더라도 그 내용 중 중국의 강행법규나 사회의 공공이익에 위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중국법이 적용된다. 이와 관련하여 어려운 문제는 "중국에서 '사회의 공공이익'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한국의 법률가라면 '그에 관한 판결문들을 찬찬히 읽어서 귀납적으로 정리하다 보면 현실에서의 구체적인 경계선이 어느 정도는 파악이 되겠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한데 문제는 중국의 경우 우리처럼 인터넷에서 몇 번 클릭한다고 해서 중국 전역의 관련 판례들을 찾아 볼 수 없고, 그 나마 찾아낸 판결문들의 내용도 지역적으로 서로 상이하며, 판결문 중에는 결론만 있고 이유는 없는 것들도 있어서, 이 방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 중국 법률가들도 자인하듯이 중국 법원들은 사회의 공공이익 보호보다는 지역보호주의(자신의 관할 지역내 소송 당사자들의 이익을 편파적으로 보호하는 태도)에 경도되어 판결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결국 이 문제는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시원스럽게 대답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만일 위 원칙에 위배하여 중국법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한국 기업은 예상 못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예컨대, 중국 관련법규상 당해 계약을 중국 정부기관에 제출하여 심사허가를 받아야 할 경우 그 허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게다가 대부분의 경우 그 허가는 계약의 효력발생요건이다). 또한 장래 계약 당사자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분쟁해결기관이 중국내 법원이나 중재기관이면 그 부분에 대해서 중국법을 적용하여 판단할 것이고, 설사 분쟁해결기관이 중국외 법원이나 중재기관이어서 중국법을 고려하지 않고 판단을 내리더라도 장래 중국 내에서 집행하기 위하여 중국 법원을 찾아 갈 경우 그 집행을 거부당할 위험이 크다.

위와 같은 사정 때문에 혹은 협상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양보하여 관련 계약서의 준거법이 중국법이 된다면, 한국법과 중국법을 비교하면서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무의식 중에는 계약관계에 관하여 통상 한국법에 기초한 예측 시나리오가 있는데, 중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순간 그 예측 시나리오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생긴다. 그런데 중국법만을 아는 전문가들은 중국법의 시각에선 너무도 당연하지만 한국법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부분들을 간과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 채무자와 물상보증인 모두 저당권을 설정해 준 경우, 별도의 특약이 없는 한 저당권자는 반드시 채무자 소유의 저당물에 대해서 먼저 저당권을 실행해야 한다. 심지어 중국에는 개별적으로 예외를 인정한 법규정이 없고 계약서상 경과실 면책특약도 없다면 채무자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을 입증하더라도 채무불이행 책임을 져야 하고, 이것이 중국의 입법태도라고 보는 유력한 견해가 있다(채무불이행 책임을 인정하는데 귀책사유를 요구하는 것은 낙후된 입법이라는 부연설명과 함께). 중국법과 한국법의 이러한 차이를 모르는 당사자는 협상 과정에서 이 차이를 아는 당사자가 교묘하게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계약서 문구를 유도하고 있음을 모를 수도 있다.

한편, 분쟁해결 조항과 언어 조항을 서투르게 약정하면 준거법을 중국법 이외의 법으로 하더라도 그 효과가 거의 상실될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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