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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조병(操柄)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조병(操柄)은 칼잡이를 말합니다. 아직 사전에 오르지는 않았으나 권력이나 힘을 가진 사람을 칼자루를 잡았다고 합니다. 잡을 조(操) 자루 병(柄)입니다.

도축(屠畜)을 잘 하는 사람으로 도우탄(屠牛坦)이 있었습니다. 그는 하루아침에 열두 마리의 소를 도축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소 한 마리를 잡으려면 서너 명이 몇 시간에 걸쳐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런 어려운 일을 혼자서 하루 아침에 열두 마리를 잡으니 그 능력이 놀랍습니다. 그는 소를 보기만 하면 이미 모든 부위가 해체되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다리는 다리대로, 등심은 등심대로, 갈비는 갈비대로 말입니다. 그러면 그 결에 따라 칼질만 하면 순식간에 소 한 마리가 해체되는 것입니다. 칼 솜씨가 날래고 익숙하여 칼끝이 뼈에 부딪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칼날이 무뎌지거나 마모되지 않습니다. 칼 한 자루로 십팔 년을 썼는데도 새 칼 같았다 하니, 놀랄 일입니다.

모든 분야의 전문가는 이렇게 한 분야에 숙달된 분들입니다. 전문가가 되려면 하루 10시간씩 1000일을 계속해야 된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한 분야에 10년의 공력(功力)을 들여야 한다고 합니다. 어느 경우든 각고(刻苦)의 노력이 없이는 되지 아니합니다. 그래야 그 방면의 칼자루를 잡을 수 있습니다.

도우탄은 소를 잡는 전문가(專門家)입니다. 그는 칼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며, 소의 형태를 해부학자(解剖學者) 이상으로 터득한 사람이었습니다. 놀랍게도 날카로운 칼을 쓰되 한 두 곳은 칼날만으로 안 되는 곳이 있음을 알았다고 합니다. 고관절(股關節)이나 허리뼈는 작은 도끼 모양의 짜구로 찍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는 칼끝을 쓸 부위와 짜구를 쓸 부위를 알았습니다.

나라를 통치함에도 인의예지(仁義禮智)로 다스릴 부분이 있고, 훈계와 법(法)으로 일침을 가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과 덕을 기본으로 하되 때로는 벽력(霹靂)같은 힘도 보여 줘야 질서가 잡힙니다. 이를 운용의 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통치자(統治者)의 술(術)이요 몫입니다.

그런 술도 없이 칼잡이로 나서는 것은 고기의 질을 망치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꼴이 됩니다. 나라를 다스리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듯합니다. 선무당이 사람잡는 일을 가끔 봤기에 하는 말입니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조병(操柄) 전보다 조병(操柄) 후가 더 어려운 것을 역사가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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