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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대통령도 끌어내리는 독일 언론의 힘

하태훈 교수(고려대 로스쿨)

최연소 독일대통령 불프가 연방총회에서 선출된지 19개월 만에 사임했다. 국민의 존경을 받아야 할 국가원수로서 도덕성과 정직성에 흠이 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난 해 12월 중순 자신의 특혜 대출의혹을 기사화하려는 언론사에 압력성 전화를 건 사실이 공개되면서 두 달여간 독일 사회를 뒤흔들었던 스캔들은 지난 2월 17일 사임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국가원수로서 불명예 퇴진은 독일 현대사의 지울 수 없는 오점이 되었다. 압력을 받은 언론사가 특혜 대출 사실 뿐만 아니라 편집장에게 압력전화를 건 사실까지도 보도를 하면서 거의 모든 언론매체가, 진보성향이든 보수성향이든 연일 대통령 스캔들을 집중 보도하며 파헤친 결과다. 언론의 권력 감시와 비판기능이 살아 있어 이 같은 여론이 형성될 수 있었고 그 여론은 검찰의 수사 촉구로 이어질 수 있었다. 또한 검찰이 의회에 대통령 면책 특권을 해제해 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검찰은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불프 전 독일 대통령의 가택을 압수수색했다고 한다.

참으로 작금의 한국 언론에 대비되는 상황이다. 우리 언론은 어떠한가. 언론이 독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고 있는가.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언론기자의 자유가 아니라 언론 사주만의 자유와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진실을 발견하고 정부와 사회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방송 3사의 공동파업이 그 답을 말해주고 있다. '공정방송 복원, 낙하산 사장 퇴진, 해고자 복직'이 파업 방송인들의 핵심적인 요구사항이다. 바로 낙하산 사장의 공정방송 훼손이 더 이상 참지 못할 정도에 이른 것이다. 파업 참가자들은 정권에 예민한 뉴스를 회피하고 약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던 4년간의 보도 현실에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 지난 몇 년 동안 권력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기능이 심히 위축되었다. 제4부라 일컬어지는 언론은 정권의 입맛에 맞추도록 길들여지고, 보수신문의 붓은 무뎌질 대로 무뎌져 정론직필(正論直筆)은 간 데 없다. 낙하산 사장은 정권에 조금이라도 불편한 방송은 검열의 칼날로 잘라내고 시사프로그램은 폐지되었다. 권력도구화된 공영방송은 공정보도와 감시기능에 둔감해지고,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한 채 날로 살아있는 권력과 미래권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는 사이 편성과 제작 주체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은 사라졌다.

이러한 기성 언론의 역할 부재가 팟캐스트방송 '나꼼수'를 열광케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열풍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 언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통령에게 수사의 칼을 겨눈 독일 검찰을 움직인 것은 독일 언론의 힘이다. 언론이 바로서야 나라가 산다. 제4부로서 막강한 힘을 정권과 맞장 뜨는데 써야 한다. 삼권(三權)의 감시와 비판에 눈을 부릅떠야 한다. 그와 공생하거나 거기에 기생해서는 안 된다. 언론의 권력감시 기능이 약화되면 민주주의는 잠식되고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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