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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재상(宰相)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재상(宰相)은 임금을 보필하며 모든 관원을 지휘 감독하는 높은 벼슬자리였습니다. 이품(二品)이상으로 경상(卿相), 상공(相公)이라고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모든 나라 행정이 그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래서 한사람의 아래이고 만인의 위(一人之下, 萬人之上)라 했습니다. 그래서 재상을 배출한 가문은 집안의 경사일 뿐만 아니라 그 고을의 영예이기도 했습니다. 흔하지는 않았지만 재상이 거듭나는 가문(家門)도 있었습니다.

이 재상(宰相)이라는 말의 재(宰)는 원래 짐승을 잡아 요리하는 백정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재(宰)가 '주관하다' 다스리는 '벼슬아치'라는 뜻이 있는 것도 백정에서 유추되어 나온 뜻입니다.

글자 모양을 보면 집 면()에 신(辛)이 합해진 모습입니다. 이 신(辛)은 죄인에게 먹물의 형(刑)을 가할 때 쓰는 형구인 끌의 모양입니다. 집 안에 이런 형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짐승을 잡는 백정이라는 뜻이 이해가 됩니다. 백정이라는 말이 좀 거북하기는 하지만 그 맡은 일은 많은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직종의 하나입니다.

지금도 향촌 마을에 일년에 한 차례씩 마을 제의가 있습니다. 이 제의는 대체로 정월 보름날 저녁에 당수나무가 있는 사당에서 지냅니다. 이 일을 주관하는 마을 제관을 재(宰)라 합니다. 이 재(宰)가 된 사람은 한 달 전부터 목욕재계하고 부정한 일을 피하며 마을의 벽사진경(邪進慶)을 위해 정성을 드립니다.

제의가 끝나면 참석자 모두에게 제물을 고루 분배하는 것도 재(宰)의 역할입니다. 참석자는 개인마다의 특성이 있고, 어른과 아이들도 있게 마련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 형편과 처지에 맞게 제물을 분배하여 원망을 듣지 않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재(宰)의 솜씨와 역량에 달린 문제입니다. 이 일이 나라를 다스림에도 적용된다고 옛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재상(宰相)에서의 상(相)은 '살피다' 또는 '정승'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여기서는 정승의 뜻입니다. 이 상(相)은 나무 목(木)에 눈 목(目)자가 붙은 글자입니다. 어린 묘목(木)에 움트는 싹을 눈(目)으로 살핀다 하여 '보다'의 뜻이 있습니다. 또 정승을 하려면 두루 잘 살펴야 합니다. 멀리도 가까이도 잘 살펴야 합니다. 오늘날은 총리(總理)가 재상에 해당하는데, 언제부턴가 총리의 존재감이 덜해 보입니다. 왠지 모를 일입니다. 총리(總理)라고 하면 명(命)과 령(令)이 서고 모두가 우러르는 사람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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