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초포럼

'가위바위보' 이야기

이남철 법무사(대한법무사협회 법제연구위원)

뭐든지 가위바위보로 결정을 하는 마을이 있었다. 마을 대표를 뽑을 때는 물론이고, 집이나 음식을 나눌 때도,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할 때도 사람들은 가위바위보를 했다. 연달아서 이기고 지는 사람이 있었지만 이 규칙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었다. 누구라도 영원히 지기만 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데 한 사람, 이 규칙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얼마 전 마을의 위험한 일을 맡았다가 손을 다친 후로 주먹을 펼수가 없게 되었다. 처음 한동안은 주먹만 내는 것으로도 웬만큼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서히 그가 주먹밖에 낼 수 없다는 사실을 눈치채기 시작했고, 그와의 대결에서는 모두가 보자기를 내었다. 순식간에 그는 마을의 힘들고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가장 나쁜 집과 안 좋은 음식만 얻을 수 있었다.

"다음에 가위바위보를 할 때에는 왼손으로 하게 해 주세요." 아무래도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그는 마을 대표에게 요청을 하였다. 그런데 마을 대표는 "무슨 소린가? 우리의 규칙은 신성한 것이야. 신성한 일은 언제나 오른손으로만 하게 되어 있어!!", "그리고 규칙이란 언제 어디서나 지켜져야 하니까 규칙인거야!!"라고 하면서 거절을 하였다. "하지만 너무 억울합니다. 마을 일을 하다가 다친건데…… !!" 마을 대표는 "규칙을 지키면서 규칙을 고치는 법이 있지"라고 말을 하였다. "그게 뭔가요?" 그러자 마을 대표는 "이 규칙을 걸고 가위바위보를 하는 거지, 우리 모두를 이기면 자네 맘대로 규칙을 바꾸는 거야"라고 하면서 마을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이는 만화작가 최규석이 쓴 우화집 '지금은 없는 이야기'에 나오는 '가위바위보'라는 이야기이다. 융통성없는 원칙을 정해놓고 곧이곧대로 적용한 결과 억울한 사람이 생기자, 그 해결책 역시 형식에 고착된 원칙을 제시하는 사회를 우화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우리네 입법기관인 국회에서는 다수결원칙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으며 그 불합리한 점을 시정하기 위하여 소수자보호제도를 가미하고 있다. 또한 국회운영에 있어서 본회의 심의 전에 각 위원회가 의안을 심의하여 본회의 상정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중심주의'를 취하고 있다. 의안심의의 실질성, 전문성,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지만 본회의의 형식화, 국민 대표성 손상과 이익단체 로비의 표적 등이 그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다수결원칙과 위원회중심주의가 그 본래 취지대로 잘 운용되기 위한 대전제가 바로 위원회의 인적구성에 있어 실질적인 권력분립과 상호통제성 및 소통에 기초한 설득과정을 확보하는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19대 국회에서 각 위원회 구성과 운용을 함에 있어서 우화에서 나오는 '가위바위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