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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일도이부삼빽(一逃二否三빽)

하태훈 교수(고려대 로스쿨)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 쓰고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 읽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호언장담이 뒤집어지는 데 채 6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측근과 실세의 비리가 차고 넘쳐 정상도 위험한 지경이다. 비리의혹을 받은 그들의 첫 반응은 똑 같았다. 모두가 '모른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그야말로 모르쇠로 일관했다. 때로는 '기억나지 않는다'로 피해간다. 일단 도망이 최고, 두 번째는 무조건 부인, 그마저도 안 될 경우엔 세 번째로 빽을 쓰라. '일도이부삼빽'이라더니 처음에는 무대응이다가 한결같이 '모른다'고 부인하더니 무슨 빽을 믿었는지 자리에서 물러나는 선에서 마무리를 하려 한다. 여느 피의자와 다를 바 없다. 그들 스스로가 대통령 측근이고 실세라는 빽이 있다고 믿었기에 불출마나 사퇴로 검찰의 칼끝을 피해보려는 것이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부하직원 탓으로 돌리다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면 내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며 마치 희생양인척, 순교자인척 모양새를 취하는 모습에 기가 찬다.

그들이 부인하는 수법은 한결같다. 돈을 받았느냐, 돈 봉투를 건넸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강하게 부인한다. 동문서답도 이런 동문서답이 없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으로 주장되는 사실에 대해 묻는데 모른다고 답하면 이건 답이 아니다. 어떤 일에 자신이 관여되었다고 주장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부인하거나 인정하는 것이 일반 상식이다. 자신이 관여된 것으로 주장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하거나 그렇다고 하는 것이 우리의 경험법칙에도 맞는 것이다. 부정과 긍정의 답만 있을 뿐이며, 원칙적으로 모른다(不知)는 답변은 있을 수 없다. 그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려면 '(그런 사실이) 없다'로 답해야 한다. 돈을 받지 않았거나 돈 봉투를 건넨 적이 없다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을 만난 적 있느냐, 돈을 건넨 적 있느냐, 돈을 받은 적 있느냐는 물음에 적확한 부인은 '없다'이다. 모른다도 아니며 나는 모르는 일이다도 아니다.

물론 모든 경우에 긍정 또는 부정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알지 못하면 모른다고 답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모른다는 답변을 하기 전에 자신의 주변 사람들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구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공직자이거나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비리의혹에 빠진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모른다'고 말하면 '그런 적이 있다'로 해석하는 것이 더 진실에 부합하는 답일 수 있다. 어딘가 구린 구석이 있고 일말의 양심이 있으니 '없다', '아니다'로 답하지 않고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공인으로서 모른다고 답변하기 전에 적어도 부하직원이나 관련자에게 관련된 것으로 주장된 사실에 대해서 알아본 후 그런 사실이 있거나 없다고 답해야 한다. 그저 모른다고 발뺌하는 것은 공인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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