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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분노의 시대

노영보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대표)

어느 정치학자는 작금의 우리 사회의 상황을 "헝그리(hungry) 시대를 벗어나 앵그리(angry) 시대가 되었다"고 표현하였다. 절대빈곤을 퇴치하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젊은 세대의 불만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기사 근래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기막힌 일들은 하도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국회의장실이 압수수색당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외교부 대사들이 주가조작에 관여하였다는 혐의를 받는가 하면, 현직 판사들이 대통령에 대하여 막말을 해대더니 급기야 보수단체 회원들이 재판장의 집으로 몰려가 양형에 항의하며 달걀을 던져대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이와 같은 사태는 종래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여겨지던 좌우이념 대결과 관계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고, 어찌보면 사회 리더쉽의 총체적 붕괴라고도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과연 우리 법조는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하였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변호사 사회의 무력감 내지 무사안일도 하나의 원인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자괴심이다. 실례로 변호사로서 자기가 수임한 사건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법원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스럽지 않은 행태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행동에 대하여 대한변협의 간부들이 어떠한 경고를 하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고, 오히려 변호사 협회지에 해당 변호사를 미화하는 내용의 인터뷰 기사가 버젓이 실리는 것이 현실이다. 가치 혼란의 이 시대에 바른 말하여야 할 지도급 변호사들은 모두 다 침묵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눈치나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아울러 과연 우리 사회에서 법원은 사법 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여 왔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다시금 제기하게 된다. 과거보다는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위법행위로 피해를 보았을 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하기 보다는 형사고소를 우선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는 무엇보다도 종래 민사재판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지급을 명하는 위자료 등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소액이어서 효과적인 피해 구제책이 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법원이 손해배상을 명하는 데 있어서 너무나도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여 왔던 셈인데, 이는 결과적으로 직무의 일부 방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변호사 사회의 침묵과 사회적 의미가 같은 것이고, 당연한 결과로 분쟁해결에 있어서 법원의 주도권이 그만큼 상실된 상태에서 법관의 권위가 제대로 서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국가적 위기의 시대에 법조라도 분발하여 사회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는 혹독한 자기단련과 희생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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