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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폭행(暴行)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폭행(暴行)은 '난폭하게 행동하다'라는 뜻입니다. 난폭은 거칠고 사나운 것이니, 폭행(暴行)은 거칠고 사납게 행동하는 것이 됩니다. 순리에 따라 처리하거나 합리성보다는 격앙된 감정이 앞서, 거친 말이나 물리적 폭력으로 치닫는 행동이 폭행인가 합니다.

폭행(暴行)의 폭(暴)은 '사납다' '해치다'의 뜻과 '드러나다'의 뜻이 있는 글자입니다. 따라서 음도 폭과 포가 나란히 쓰입니다. 이 글자는 일(日), 출(出), 공(), 미(米)가 모여서 만들어졌습니다. 이로 보면 '폭(暴)'자는 곡식을 곳간에서 내어 말리는 뜻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구름에 가렸던 날씨가 개어 햇빛이 비치니, 그늘에 있던 곡식을 햇빛에 말린다는 의미가 이 글자 속에 녹아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뜻이 '사납다' 보다 '드러나다'가 더 글자의 원의(原義)에 가까운 듯합니다. 실제로 폭로(暴露)같은 말의 '폭'은 '드러나다'의 뜻으로 쓰인 경우입니다. 그리고 또, 이 글자의 음이 '폭'과 더불어 포악(暴惡) 포학(暴虐)이라는 말에 쓰인 것처럼 '포'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때의 '포'는 '사납다'라는 뜻입니다.

행(行)의 모양은 네거리를 상형하여 생긴 글자입니다. 네거리에서 '거리'라는 말이 나오고 이어 '걷다' '움직이다' '행하다'로 뜻이 진화하였습니다. 이 글자도 음이 '행'과 '항'으로 읽힙니다. '가다' '다니다'는 '행'으로, 줄이나 족보의 서열이라는 뜻으로는 '항'으로 읽힙니다. 항렬(行列)이라는 말이 족보에서 형제들 간의 이름자에 돌림자로 사용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는 오랜 전통으로 가문의 세를 과시하는 징표가 되기도 합니다. 일상 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은행(銀行)의 '행'은 '가다'나 '족보의 서열'과는 전혀 다른 뜻입니다. 이 때의 행(行)은 '가게'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은행(銀行)은 '돈 가게'라는 뜻입니다. 이처럼 흔히 쓰는 말인데도 그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폭행(暴行)이 난무하는 집단은 동물 세계입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교육으로 순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순화가 폭력 때문에 무너진다고 하니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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