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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법과 법전

신봉철 변호사(법무법인 이산)

한국 헌법 교과서들을 보면, 헌법을 형식 기준으로 분류한다면서 영국 헌법을 불문헌법이라고 불러 성문헌법과 덤덤하게 구별한다. 그러나 알버트 다이시는 1885년 출간한 그의 유명한 책에서 영국 헌법은 법원이 정한 개인 권리들의 결과(consequence)라면서 헌법 전(code)이 개인 권리들의 원천(source)인 외국 헌법들과 구별했다. 그는 영국 사법(private law) 원칙들이 법원과 의회가 그 동안 한 행위들에 의하여 존재해 오면서 왕과 신민의 지위를 결정해, 헌법이 나라의 보통법의 결과라고 말했다. 영국 헌법에 대한 그의 자부심이 전해진다. 토마스 빙햄은 다이시의 오만해 보이는 위 말을 지지하는 외국 학자들은 거의 없다면서 다이시는 거창하게 원칙을 선언하는 것을 믿지 않고, 법관이 사건 사건마다 행하는 결정에 의한 점진적 과정에 의지하길 선호했다고 말했다.

원천(源泉)이 바다로 향한 긴 여정의 시작이라면 결과(結果)는 적어도 이미 원천을 떠나 점차 도도(滔滔)해져 바다로 향하는 성취다. 다이시의 위 말은 영국 법원과 의회의 행위들이 곧 헌법의 존재인데 비하여 외국 헌법은 외국 법원과 의회의 행위들과 별개로 존재하면서 그 법원과 의회가 계속 근거로 삼고 이루어야 할 법전 속의 말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이시의 위 책이 출간된 지 127년이 지났다. 지난 세기 거창한 헌법 전(典)을 가졌던 1945년 이전의 독일 및 일본의 비참한 패망과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의 초라한 몰락을 전해 들으면서 다이시의 위 말이 이제 입증된 주장이라고 느낀다.

미국인들은 개인의 권리들의 원천으로서 성문헌법을 1787년 수립하여 이에 따라 의회를 구성하고 대통령을 선출한 후 1789년 대법원을 창설하였다. 그 이후 현재 9인의 대법관들을 포함한 112인의 대법관들이 그 동안 자기의 헌법해석을 글로써 펼쳐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처럼 미국 역사에 수놓아 왔다고 미국 헌법학자들은 말한다.

미국 대법관이었던 로버트 잭슨은 대법원이 1953년 했던 판결(Brown v. Allen)의 법원의견에 동조하는 별개의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상급심이 하급심 판결을 뒤집는 것은 상급심에서 정의(justice)가 더 잘 이루어진다는 증거가 아니다. 대법원 위에 상급심이 또 있다면, 그 상급심은 우리가 하급심 판결을 뒤집은 것들의 상당 비율을 역시 뒤집을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잘못하지 않아서(infallible) 최종심(final)이 아니라 오직 최종심이기 때문에 잘못하지 않는다."

대법관이 골방에서 한 독백이 아니다. 그렇다고 사적 모임이나 세미나장에서 한 말도 아니다. 그는 대법원 판결에서 법원의견에 동조하는 별개의견을 굳이 내면서 위와 같이 말했다. 위 말에서 대법원이 자기에게 부여된 '모든 입들을 닫게 하는 마지막 입'이라는 권력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법리로써만 세상을 설득하려는 의지를 느낀다. 미국 대법원이 미국인들의 깊은 신뢰를 받는 이유 그리고 수많은 학자들 및 칼럼니스트들이 자기 의견을 표시할 때 미국 대법관들이 판결에서 쓴 문구들을 자기 의견의 근거 및 표현으로서 곳곳에서 인용하는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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