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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말

중국 극예술 '인상 서호'

조대환 변호사

세계 최대 인구, 세계 제2위 경제대국, 유라시아대륙을 아우르는 세계 3위의 광대한 국토, 세계 4대문명의 하나인 고대 황하문명의 발상지로 유교, 불교, 도교 등 다양한 사상과 문화의 산실인 나라, 중국은 정치경제, 사회문화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주변국들에게 폭넓은 영향을 미쳐왔다.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공자의 나라, 중국을 바쁜 업무로 출장으로만 갔었는데, 한겨울의 문턱에 운 좋게도 그들의 공연과 예술세계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내가 그 동안 접한 중국은 한국의 것처럼 아기자기한 세련미는 다소 떨어지나, 고궁, 연회장 등 어디를 가든 그 규모가 크다는 것이었는데, 그 극 공연 또한 거대하면서도 사실적이라기 보단 좀 과장되어 상징적인 표현을 많이 쓰고 특유의 기교적 동작이 강해 강렬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었다.

그 오랜 역사와 시대변화를 생각하면 중국의 극예술을 한마디로 얘기한다는 건 어불성설일지 모르지만, 전통음악, 시가 등과 더불어 경극과 같은 극예술은 연기뿐 아니라 음악, 분장, 의상 등 다양한 예술분야를 결합해 서양의 오페라와 비견될 만큼 다채로운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타원형 호수 주변에 멋스러운 정자와 잘 어우러진 구릉이 있어 마치 병풍으로 호수를 감싼 한 폭의 산수화를 옮겨놓은 듯한 빼어난 풍경에 계절을 장식하는 나무들까지, 이태백이 그 아름다움에 취해 달을 노래했다는 고도 항주의 서호, 이 곳에서 펼쳐지는 장대한 야외공연 '인상서호(Impression, West Lake)'는 매년 수십만명이 찾는 공연작품으로 유명하다.




중국 영화계의 거장 장이모우(張藝謀)가 연출한 이 작품은 서호의 전설 백사(白蛇)와 총각의 러브스토리로 만남, 사랑, 이별, 추억, 인상의 5부로 이루어져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웅장하고 화려한 퍼포먼스로 그려내었다. 그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수백명의 출연진들이 광대한 수상의 물결위에서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산을 배경으로 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환상적인 빛과 소리의 조화를 이루어, 그 제목만큼이나 호수 위의 무대를 관객들의 가슴속 깊은 인상으로 남게 한 것 같다. 우리도 전통과 정체성을 살리는 한국적 색, 빛과 소리를 우리의 기술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공간을 디자인할 수 있는 인상적인 공연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이런 장대한 공연은 중국에선 야외뿐 아니라 실내무대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남송시대의 역사를 재현한 항주의 송성가무쇼는 항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고유의 전설에 특수효과와 화려한 조명 등으로 관객들을 불러모았다. 송나라 황제의 생일축하잔치에 세계는 항주에 모인다는 내용으로 각국의 다채로운 춤과 음악을 선보이며 한국의 아리랑과 부채춤도 나왔는데, 마치 우리나라가 중국의 변방 민족 중 하나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중국 동북공정의 단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해 개인적으론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실내무대의 화려함은 베이징의 금면왕조공연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소녀의 꿈에 남자부족 남면왕조와 여자부족 금면왕조의 전쟁에서 금면왕조가 승리하고 그 왕과 여왕이 사랑을 하게 되는데, 이를 시기한 하늘이 홍수를 내리지만 금면여왕의 희생으로 백성들을 구한다는 동화 같은 소재를, 오묘한 자연과 거대한 계곡 등으로 표현한 무대 메커니즘은 단연 돋보였다.

중국의 극예술은 단지 무대에서만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베이징의 798예술거리를 가 보면 거리 자체로 다양하고 자유분방한 퍼포먼스와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마치 뉴욕 맨하튼의 소호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의 극예술 등 문예활동은 문화혁명 등 그 동안의 정치적 상황에 따른 제약에서 벗어나 개혁, 개방의 자유로움으로 다양한 동서양의 예술과 조화되어 더욱 다채로워진 느낌이었다.

한류바람이 거센 요즘 자칫 다른 나라의 예술이나 공연의 다양성과 특성을 등한시하고 우리만의 틀에 갇히지 않기 위해선 중국을 비롯한 여러 이웃나라의 다양한 문화예술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