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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사면(赦免)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사면(赦免)은 죄를 용서하여 형벌을 면제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예로부터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국경일 같은 날을 전후하여 형벌을 감해 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이는 통치권자의 재량으로 여론 전환용이기도 했습니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전제군주 시절에는 여론 같은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여론의 추이에 민감한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에도 매스컴에 기사가 난 것을 보면 연말특사가 있을 듯합니다. 자고로 벌을 주는 것보다는 칭찬을 더해 주는 것이 학교 교육에도 효과적이듯이 죄지은 사람의 반성만 있다면 사면(赦免)을 베푸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사면(赦免)의 사(赦)는 '용서하다'의 뜻입니다. 그냥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크게 혼을 내고 용서하는 것이 사(赦)입니다. 이 글자는 붉을 적(赤)에 칠 복()이 합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적(赤)은 큰 사람을 위에 달아 놓고 밑에서 불을 놓는 형상입니다. 곧 대(大)와 화(火)가 모인 글자입니다. 그 고통이 짐작이 갑니다. 거기다가 몽둥이 같은 것으로 치고 있는 형상이 오른 쪽의 칠 복()입니다. 그리고 풀어주는 것이 사(赦)입니다. 면(免)은 '면하다, 벗어나다'의 뜻입니다. 이 면(免)은 전쟁 시에 머리 보호용으로 쓰는 투구를 쓴 모습을 상형한 글자입니다. 부상이나 위험을 면할 장구입니다. 그래서 '면하다' 라는 뜻이 나왔습니다. 혹자는 덫에 걸린 토끼(兎)가 꼬리를 잘린 채 달아난 형상이라고도 하나 억지 주장입니다.

이러한 글자의 유래를 보아도 사면은 상당한 질책이 따른 뒤에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옛 주례(周禮)라는 책에 보면 여덟 살이 안 된 죄수, 여든 살이 넘은 죄수,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닌 죄수 등 세 가지에 해당하는 죄인은 사면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나 이제나 법적용의 대상은 비슷한 듯 합니다.

이 사면에도 사면권자의 자세가 드러나는 법입니다. 한고조의 일등 공신에 소하가 있습니다. 이 소하가 임금의 수렵장인 공지를 백성에게 갈라 주어 농사를 짓게 하자는 건의를 했습니다. 순수한 의도였습니다. 이 건의를 소하 자신이 민심을 얻기 위한 것으로 판단한 고조는 화가 나서 소하를 감옥에 넣었습니다. 며칠 뒤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된 고조가 소하를 풀어주면서 한 말이 걸작입니다. 백성들에게 자기의 옹졸함을 알려, 소하의 훌륭함을 드러내려 하옥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경우도 명분이 그럴싸해야 모두가 수긍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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