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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기각(棄却)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기각(棄却)은 버리고 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법원에서 수리한 소송을 심리한 결과 그 이유가 없는 것이나, 절차가 틀린 것, 기간을 경과한 것 등을 도로 물리치는 일이라고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같은 내용을 풀이한 것인데도 법률 용어로 설명하는 것이 좀 더 어려운 느낌을 줍니다. 법률 용어는 보다 전문적이고 구체적이며 명확해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자니 비전문가인 사람이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습니다. 이 글만이 아니라 다른 어휘의 표현에도 잘못이 있을 것인데, 그 때마다 서무식(恕無識)의 너그러움으로 해량이 있으시기를 앙망합니다.

오늘 나온 기(棄)는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버리다 또는 잃다'의 뜻으로 널리 쓰이는 이 글자는 죽은 어린이(子의 거꾸로된 모습)와 이를 담는 삼태기(같은 중심부)와 이를 든 두 손(木처럼 생긴 아랫부분)이 합해진 글자입니다. 죽은 아이를 삼태기에 담아 버리는 것을 상형한 글자입니다. 그 변형이 복잡하여 그런 내용을 담은 음산한 글자임만 지적해 둡니다. 이 기(棄)는 선거에서 흔히 기권(棄權)이라는 말에도 쓰입니다. 각(却)은 '물리치다, 그치다' 등의 뜻인데 갈 거(去)와 무릎 절()이 합한 글자입니다. 그래서 어른 앞에서 무릎을 구부리고 뒤로 조심스레 물러나는 것이 각(却)입니다. 관청이나 공공 단체 등에서 각하(却下)에 쓰인 것도 이 물리칠 각(却)입니다.

얼마 전 시내 중심가에서 시위대로부터 경찰서장이 폭행을 당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현장 목격을 하지 못한 처지로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지만, 계급장이 뜯기고 정복이 튿어진 사진을 보아서는 족히 몇 사람은 다치겠다는 짐작을 했습니다. 파출소 앞만 지나도 괜히 으스스해 지는 소시민인지라 더욱 그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의 보도는 그 폭행 혐의자의 영장 신청이 기각(棄却)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폭행 혐의자의 문책을 일단 미룬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자작극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보도하는 매체의 시각이 제 각각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많은 국민들의 마음입니다. 더구나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가 걱정입니다. 자기 주장만 옳다고 여기면 법을 어기는 시위를 해도 좋은 건지, 또 전경이건 경찰이건, 경찰서장이건 구분없이 장애가 된다고 느끼면 폭력을 써도 좋은 건지 참으로 답답하기만 합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