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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선고(宣告)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선고(宣告)는 선언하여 널리 알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이 법률 용어로 사용될 때는 재판의 판결 결과를 당사자나 피고인에게 알리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선고(宣告)는 재판 관련자에게 더없이 중요한 판결입니다. 그 때문에 이를 작성하여 전하는 입장에 있는 법률가들은 밤을 세우며 고뇌하는 것을 수없이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서울 중앙지법 조정위원으로 참여해 오면서 말입니다. 오·탈자는 물론 문장부호 하나에까지 세심한 배려가 없으면 문장의 내용이 엉뚱한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과나무"와 "사과, 나무"는 전혀 다른 뜻입니다. 콤마 하나의 위력이 실감나는 예라 하겠습니다. 콤마 하나가 그러하니, 아무리 수재의 집단이 모인 법관들이라 하더라도 법령문장의 주어와 술어, 문법적 사항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거기다가 우리말은 한자어로 된 말이 70%가 넘어 이를 한글로만 표기하면 이해하기 어렵고 더구나 다른 뜻으로 전용할 수도 있어 크게 우려됩니다. 정정(訂正), 정정(訂定)을 한글로만 쓴다면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동의(同意)와 동의(動議)도 그렇습니다. 한글의 우수성도 인정해야 하지만, 학문이나 문화 발전을 위해 한자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는 주장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난 11월 10일 2시부터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타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 최대권 교수, 이인호 교수, 필자 등이 주제 발표를 하였는데, 국어 기본법 14조의 문제점과 한자 교육의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습니다.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국민 90%가 인정하는 데도 매스컴들이 보도에 인색한 것을 보면 한글 전용으로만 가고, 학문이나 문화발전은 포기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쓰는 한자어는 영어나 독일어나 러시아어나, 브라질어와는 그 역사와 효용 가치가 다릅니다.

선고(宣告)의 선(宣)은 "베풀다, 펴다"의 뜻입니다. 집 면()과 펼 선()이 합한 글자입니다. 선()을 쉽게 보면 위의 일(一)과 아래 일(一) 사이에 말씀 왈(曰)이 들어 있는 모습입니다. 말이 위 아래로 통하여 "펴다 베풀어지다"의 뜻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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