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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사기(詐欺)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사기(詐欺)는 나쁜 꾀로 남을 속이는 것을 말합니다. 꾀라고 해서 모두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것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위급한 순간에 좋은 꾀로 벗어나는 것을 종종 보기도 합니다. 이 꾀를 한자로는 모(謀)라고 표기합니다. 나무에 달린 달콤한 과일을 맛보는 것이 모(某)인데, 그 달콤함을 얻으려 말로 논의해 얻은 결과가 모(謀)입니다. 그러므로 꾀란 말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남을 속이려 해도 말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물론 말 이전에 머리 회전도 있어야 하지만 말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속임 수가 있습니다. 이 속임수는 세태와 함께 진화하는 듯합니다. 세상이 복잡할수록 속임수도 다양해지는가 합니다. 요즘 들어 통신 기기를 통한 속임수가 극성을 부린다고 합니다. 주의할 일입니다. 순간적으로 현혹시키는 것이라 처음 겪는 사람은 멋모르고 당하기 십상입니다.

사기(詐欺)의 사(詐)는 "속이다, 거짓말하다"는 뜻입니다. 말씀 언(言)과 잠깐 사(乍)가 합해진 글자입니다. 말로 잠깐 사이에 속이는 것이 사(詐)입니다. 속이는 것은 시간과 관계가 깊습니다. 아무리 교묘해도 시간이 지나면 거짓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기(欺)도 "속이다"는 뜻입니다. 기(其)와 흠(欠)이 합한 글자입니다. 하품 흠(欠)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도 순간적입니다. 어쨌든 사기(詐欺)는 순간적으로 속이는 행위입니다. 가장 나쁜 사기(詐欺)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기심(欺心)입니다. 옛 어른들도 이를 특히 경계한 것은 양심과 관련이 있어서인가 합니다.

남을 속이는 행위는 역사에도 더러 나옵니다. 한나라 유방의 신하에 진평(陳平)이 있었습니다. 유방의 편에 선 그는 항우(項羽)와 그의 참모 범증(范增)을 갈라 놓은 사술(詐術)을 쓴 것으로 유명합니다. 시급한 일로 항우의 사신이 찾아왔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협상이 더러 있었나 봅니다. 그러자 태뢰상이라 하여 최고의 국빈 대접용 주안상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항우의 사신을 보자마자 "나는 범증의 사신인 줄 알았더니 항우의 신하들이로군" 하며 도로 상을 물려 내고 대신 가장 저급한 나물 밥상으로 푸대접하였습니다. 이 광경이 그대로 항우에게 전해졌습니다. 이 말을 들은 항우는 범증이 유방과 내통이 있음을 의심하게 되었고 그 후 범증은 자신의 의견이 받아 들여지지 않음을 알고 항우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는 물론 진평(陳平)의 작품입니다. 역사가 주는 교훈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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