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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유예(猶豫)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유예(猶豫)는 시일을 미루거나 늦춘다는 뜻입니다. 이 글자의 훈에 유(猶)는 망설인다, 예(豫)는 머뭇거린다가 있습니다. 이 글자의 훈대로 해석하면 유예(猶豫)는 망설이며 머뭇거린다는 의미가 되어, 어떤 사안을 단정짓지 아니하고, 그 판단을 뒤로 미루는 것이 됩니다. 이것은 판단을 못해서가 아니라 사건에 대하여,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조심스러움인가 합니다. 유예(猶豫)의 유(猶)와 예(豫)는 짐승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猶)는 원숭이와 비슷한 동물로 다리가 짧으며 나무와 바위를 잘탄다고 합니다. 예(豫)는 여(與)와도 같은 글자로 사용되는데 조심성이 많고 여우처럼 의심이 많은 짐승이라고 합니다. 노자(老子)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유(猶)는 길을 가거나 어떤 행동을 하거나 간에 항상 사방에서 적이 쳐들어 오는 것처럼 늘 두려워하며 살피고 조심한다고 하며, 예(豫)는 추운 겨울에 두꺼운 얼음판을 건널 때에도 마치 살얼음을 건너는 것처럼 조심조심하는 짐승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유예(猶豫)는 조심에 조심을 더 하는 동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豫兮 若冬涉川, 猶兮 )

다산 정약용선생은 호를 여유당(與猶堂)이라 했습니다. 아마 험난한 세상을 살면서 경험한 내용이 그런 호를 갖게 한 것이 아닌가합니다. 여기 쓰인 여(與)와 유(猶)도 유예(猶豫)와 같은 뜻입니다. 그가 지은 흠흠신서(欽欽新書)도 그런 뜻입니다. 흠흠(欽欽)은 삼가고 삼가라는 말입니다. 오직 하늘만이 사람을 태어나게 할 수도 있고, 죽게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그런 권한을 임시로 위임받은 관리는 하늘을 두려워하며 항상 조심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못 유혹에 넘어가, 죽일 사람을 살려주고, 살릴 사람을 죽이는 오판(誤判)을 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형법에서 그렇다고 합니다. 흠흠(欽欽)이나 유예(猶豫)는 조심하라는 의미가 들어 있는 말입니다

이 말이 집행유예(執行猶豫)라는 법률 용어에 쓰이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하여 정상을 참작하여 일정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그 기간을 무사히 지내면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 것으로 하는 제도라는 뜻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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