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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파산(破産)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파산(破産)은 재산을 모두 잃고 망한 것을 말합니다. 이를 법률 용어로 말할 때는 뜻풀이가 다소 전문적입니다. 곧 채무자가 그 채무를 완전히 갚을 수 없는 상태에 놓였을 때 그 채무자의 총 재산을 모든 채권자에게 공평히 갚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재판상의 절차라고 사전에서 풀이하고 있습니다. 흔히 세간에서 빚잔치라 하여 빚쟁이들이 빚진 사람에게 몰려 와서 남은 물품을 저마다 빚돈 대신 뜯어가는 무질서한 행위를 법률적으로 정한 것이 파산인가 합니다. 빚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 사회활동을 하다가 빚을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남의 보증을 섰다가 그 빚을 떠 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빚보증을 서지 말라는 부모들의 당부가 "빚보증하는 자식은 낳지도 말라"는 속담으로 변했을 정도입니다. 모두가 파산(破産)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파(破)는 깨뜨리다라는 뜻입니다. 돌 석(石)과 가죽 피(皮)가 합한 글자입니다. 합하면 돌가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돌은 원래 단단하긴 하지만 세월에 따라 표면부터 부스러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파(破)는 부스러지다 깨지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산(産)은 낳다, 생산하다는 뜻입니다. 이 산(産)은 선비 언(彦)에 날 생(生)이 합하여 된 글자입니다. 선비가 낳는 것은 물질보다는 정신적인 면일텐데 오늘날 이 산(産)은 물질적 생산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기는 선비 중에서도 잘난 선비가 산(産)의 뜻이었습니다. 이 산(産)은 항산(恒産)이라는 유명한 말을 만들었습니다. 일정한 재화의 수입이 있는 것을 항산(恒産)이 있다고 합니다. 항산(恒産)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옛 선비들은 항산이 없어도 지조를 바꾸지 않는 것을 으뜸으로 생각했습니다. 굶어도 월장(越牆)하지 않는 꼬장꼬장한 딸각발이 정신이지요.

그렇게 보면 파산(破産)은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요소가 함께 있는 단어입니다. 물질 만능을 추구하던 여성과 정신적 이상을 추구하던 또 다른 한 여성이 서로 추구하던 것을 잃고 물질적 파산과 정신적 파산에 이르는 현실을 풍자한 소설도 있습니다. 염상섭의 두 파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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