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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투자 중국법률

[중국투자 중국법률] 中華法系에 관한 몇 가지 斷想

김종길 변호사(법무법인(유) 태평양)

전세계에 현존하는 법계(法系)는 대체로 영미법계, 대륙법계, 이슬람법계, 사회주의법계 그리고 중화법계라고들 말해진다. 판도를 보자면 영미법계와 대륙법계가 양분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슬람법계는 이슬람국가들에서 여전히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회주의법계는 북한, 쿠바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소멸하여 일락서산(日落西山)의 애잔함을 보이고 있고, 중화법계는 중국에 그 흔적은 남아있지만, 실체가 현존한다고 할 수 있을지조차 불명확하다.

1.법(法)이라는 글자에 관하여

어느 법학교과서의 서문에서 '법(法)'은 '물(水)이 흐르는(去)' 것과 같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쓴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때는 그저 괜찮은 말이라는 정도로 생각하면서, 물이 흐른다면 류(流)가 되어야 할 것같은데, 왜 물이 흐른다는 한자를 고르지도 않고, 게다가 흘러오는 것(來)도 아니고 흘러가는 것(去)이라고 했을까에 대하여 잠깐 의문을 품었지만 더 깊이 생각하지는 않고 지나갔었다.

나중에 북경대학에서 우슈천(武樹臣) 교수의 법제사 강의를 들으면서 비로소 그 법학교과서의 설명이 정확한 의미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去)에는 '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제거한다'는 의미도 있는데, 실제는 법(法)에 들어있는 '거'는 제거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법'의 의미는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한가롭고 온화한 것이 아니라, 죽이거나 제거하는 것처럼 참혹하고 피비린내나는 것이었다.

'법(法)'의 옛글자는 '법(?)'으로 지금보다 '치(?)'자가 하나 더 추가되어 있었다. '치'에 대하여는 여러가지 견해가 있지만, 대체로는 뿔이 하나 달린 동물로 참과 거짓을 구분할 줄 알아서, 거짓말을 하면 뿔로 받아버리는 신수(神獸)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고대에 법관들의 모자에는 '치'를 그려넣었다고 한다. '치'라는 것은 지금으로 말하면 '법관'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진술의 참과 거짓을 구분하고, 증거의 참과 거짓을 구분하여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거(去)'는 제거한다는 의미라고 위에서 설명했지만,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거'를 '사람의 의견이 서로 다르다(人相違)'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거(去)'의 옛글자는 사람 두 명이 서로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법(?)'이라는 글자의 진면목이 생생하게 떠오를 것이다. 어느 물가에 법관이 앉아 있고, 그 앞에는 서로 다투는 두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다. 두 사람은 법관에게 각자 자신의 주장을 얘기하고, 법관은 두 사람의 말을 듣고, 내놓은 증거를 보고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지를 결정해주어야 한다. 왜 물가였을까? 혹시 진위판단이 어려울 경우, 법관은 두 사람을 물 속에 들어가게 하여 오래 버티는 사람이 진실을 얘기하고, 못버티는 사람이 거짓을 얘기한다고 판단하지는 않았을까. 물론, 이는 전혀 근거없는 추측이다. 그런 경우라면 아마도 패소는 곧 죽음을 의미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거'라는 글자에 제거하다는 의미가 추가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신은 강물에 흘려보냈을 것이기 때문에 간다는 의미가 또 추가되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이렇게 보더라도 중국에서 '법'은 죽음에 친하였지, 삶에 친하지는 않았던 것같다.

2.중화법계의 특징에 관하여

중화법계는 대당률, 대명률, 대청률과 대표되는 법률체계로 중국에서 형성되어 한국, 일본등 주변국가에 영향을 미친 법계인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행정과 사법의 관계에서 행정관이 사법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소위 '원님재판'이다. 직업적인 법관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행정기관의 수장이 재판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둘째, 공법과 사법의 관계에서 공법이 중시된다는 점이다. '법은 처벌하는 것이다(法刑也)'라는 말에서 보듯이 중화법계에서의 법은 국가권력의 행사로 처벌하는 공법분야에 중점이 있지, 백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법분야에 중점이 있지 않았다. 이리하여 서양에서는 '법'과 '권리'가 어원이 같은데 반하여, 중국에서는 '법'과 '형벌'이 어원이 같다. 셋째, 실체법과 절차법의 관계에서 실체법이 중시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중화법계에서는 절차법이 거의 발달하지 못했다. 넷째, 객관적요소보다 주관적요소가 중시된다는 점이다. 즉, 범의여부가 행위여부보다 중시되는 것이다.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어도 처벌하고, 범죄의 결과가 나타났더라도 범죄를 저지른다는 마음이 없었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섯째, 모든 법체계의 정점에 '황제'가 있다. 황제의 한마디로 법률은 만들어지고 폐지된다.

중국의 현행 법체계는 '사회주의시장경제법률제도'라고 부르는데, 공법분야에서는 사회주의법계를, 사법분야에서는 영미법/대륙법을 적절히 섞은 률체계를 가지고 있다. 외관상으로 중화법계의 법률제도는 흔적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법의식이나 법집행과정에서는 중화법계의 전통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행정권우위의 원칙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으며, 사법권은 행정권에서 독립하지 못했다. 둘째, 예전의 '황제'의 자리를 지금은 형식적으로는 '전인대', 실질적으로는 '당중앙'이 차지하고 있다. 셋째, 적법절차원칙, 법치주의, 조세법률주의나 죄형법정주의등은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지 않다. 넷째, 법에 관하여 '정의의 실현'을 목적으로 보기 보다는 '통치의 수단'으로 본다.

3.삭족적리(削足適履)

중국사람들의 법의식이랄까 법에 대한 태도를 잘 보여주는 말로 "삭족적리"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어느 지적재산권분야에서 활약하는 전문가가 왜 중국에서는 지적재산권분야의 법적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지를 설명하면서 했던 말인데, '신발에 맞추기 위하여 발을 깍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신발은 법률로 볼 수 있을 것이고, 발은 사회 또는 법의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중국인들의 사회생활, 사고방식과 맞지 않는 법률을 만들었었다는 말이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은 WTO에 가입하기 위하여 미국이 강요하는 바에 따라 지적재산권관련 법률법규를 정비했다. 스스로 필요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남이 강요해서 만든 것이다. 자신들에게 맞지 않았지만, WTO가입이라는 목적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그 신발을 신어야 했고, 그 신발을 신기 위하여 발을 잘라야 했다는 것이다. 결국,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으니 생활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덩치큰 서양사람에게는 딱 맞고 멋있는 양복이지만, 그대로 벗어서 중국인에게 억지로 입혀 놓으니 치수도 맞지 않고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인은 그 양복의 소매를 접기도 하고, 일부분을 잘라내기도 한다. 아마도 미국인들은 법률만 만들게 하면, 즉 옷만 입혀놓으면 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은 자신의 몸에 맞는 법률법규는 제대로 집행하지 않거나 규정과 다르게 집행하다가, 지금은 하나하나 자신의 몸에 맞게 고쳐버리고 있다.

중국의 법률제도는 지금 과도기, 변혁기이다. 중국은 법률제도분야에서 전세계에 유례가 없었던 시험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서구의 법률제도를 계수한 나라들은 모두 포괄적으로 계수를 해왔다. 즉, 영국법이면 영국법, 대륙법이면 대륙법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식민지들은 본국의 법률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우리도 타의적으로 일본법을 그대로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중국은 중화법계의 기초 위에 이슬람법계를 제외한 사회주의법계(공법분야) 및 대륙법계(대만, 일본, 한국과 같은)와 영미법계(홍콩과 같은)의 법률제도를 선별적으로 골라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러시아의 발레복 하의에, 영국의 버버리코트를 걸치고, 미국의 카우보이모자를 쓴 이상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들을 하나하나 중국식으로 바꿔갈 것이고, 그 끝이 새로운 법계를 창출하는 것이 될 것인지, 아니면 그냥 누더기로 끝날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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