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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 이야기

(6) 완물상지(玩物喪志)

김영복 KBS 진품명품 감정위원

골동을 취급하다 보면 엉뚱한 일이 종종 생긴다. 엉뚱한 일이란 전혀 다른 일이 아니라 생각지도 않게 그와 얽혀서 어떤 때는 좋은 쪽으로, 어떤 때는 그 반대로 일이 꼬여 결국은 일생을 등지고 사는 경우도 있다.

20여 년 전의 일이다 통문관에서 근무하다 문우서림으로 독립한 지 얼마 아니 되어, 통문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던 학계의 유명한 교수님께서 저를 찾아 오셨다. 사연인 즉 가지고 계시는 옛 책뿐만 아니라 그 동안 모아왔던 서화를 정리하고 싶은데, 모은 서화가 그런대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비치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신다. 마침 어떤 신생 박물관에서 이런 계통의 서화에 관심이 있어서 나는 왕복하면서 중개를 했고 어느 정도 일이 성사 된 것 같았지만, 일이란 사람이 만들지만 성사는 하늘이 달렸다는 옛말이 있듯이 결국은 일이 잘되지 않았다.
18세기 중엽에 간행된 '삼강행실도'.

몇 년에 걸쳐서 한 일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다 보니 나 개인적으로 난처한 일이 하나 생겼다. 일을 중개하는 중에 교수님께서 가지고 계시는 책을 나에게 주셨다. 아주 썩 좋은 책은 따로 주인을 찾아 주었지만 그 나머지 책은 나에게 수고한 대가로 가져가라 하여 가져왔다. 그런데 일이 허사가 되고 보니 매우 난처하게 된 것이다. 돈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받았지만 이렇게 되면 그 책값을 치러야 되는데 그 때는 내게 낼만한 돈이 없었다. 빚을 내기도 어려웠고 하여 간신히 대가의 70%쯤을 드리고는 그 나머지는 지금껏 드리지 못했다. 매우 좋은 관계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사이 한번 찾아뵈어야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아직까지 찾아뵙지 못했다. 요즈음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바로 찾아뵙고 약간의 시간을 더 달라하여 그 좋은 인연을 지금까지 계속 유지하여, 지금 내가 하는 옥션 회사와 연결시켰다면 서로가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자꾸 든다. 한번 솔직히 말씀드렸다면 충분히 이해하시고도 남을 좋은 선생님을 솔직하지 못한 한 번의 잘못이 사람 관계까지 나빠지게 된 것이 두고두고 후회하게 한다. 미술품만 아니라 모든 일은 사람이 움직이지만 돈이 관계되면 어려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기에 미술품과 관계된 일은 미술품과 사람만 생각해야지 돈을 따지게 되면 생각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

물각유주(物各有主)라고 만물에는 반드시 주인이 있듯이 골동도 우리가 모르게 주인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이 일을 하다보면 처음 만나는 사람과 몇 십 년을 사귄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고, 이렇게 좋은 인연이 이상하게 갈 때도 있다.

요즈음은 옛 글 중에 완물상지(玩物喪志)란 문구가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골동을 통해 좋은 사람과 만나야지 골동으로 인하여 사람살이가 삭막해진다면, 굳이 이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