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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기소(起訴)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기소(起訴)는 검사가 특정한 형사사건에 대하여 법원에 심판을 청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비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기소(起訴)는 검사와 관련이 많은 듯합니다. 기소 독점주의도 그렇고, 기소 유예도 그렇습니다. 이 기소도 글자대로만 해석하면 소(訴)를 일으키다(起)의 뜻입니다. 소(訴)는 하소연하다의 뜻이므로 기소(起訴)는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것을 검사가 해 주는 것일 뿐입니다.

기(起)는 세우다 일으키다 라는 뜻으로 달릴 주(走)와 뱀 사(巳)가 합한 글자입니다. 달릴 주(走)도 윗 부분이 흙 토(土)가 아니라 팔을 앞뒤로 흔드는 모습의 상형이고, 이랫부분은 발바닥의 상형인 지(止)를 표현한 것입니다. 달리는 것은 발바닥에 따라 팔을 앞뒤로 흔드는 것이라는 뜻이지요. 뱀 사(巳)는 뒤에 몸 기(己)로 바뀌어 글자의 음을 나타내는 역할을 합니다.

소(訴)는 알리다 하소연하다의 뜻으로 말씀 언(言)과 물리칠 척(斥)이 합해진 글자입니다. 억울함을 물리치기 위해 말로 알리는 것이 소(訴)입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딱한 일 억울한 일을 당할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해소해 주기 위하여 기소(起訴)가 있는 것입니다.

6.25 때 일입니다. 우리 이웃 마을에 용길이라는 고아가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현역병으로 징집되어 참전했다가 전사하시고 어머니는 유복자인 용길이가 젖도 떼기 전에 사망해 버렸습니다. 전쟁 통이라 질서가 없을 때이긴 했습니다. 그 용길이의 큰 아버지가 딱하게 여긴 나머지 자기 호적에 용길이를 올렸습니다. 법적인 아버지가 되었지요. 그리고는 세월이 흘렀고 아무도 이에 대해 관심갖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 용길이는 취학도 못한 채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트럭 기사가 되었습니다. 사십이 넘은 후 우연히 전사자의 유복자는 원호가족이 되며 학교에도 갈 수 있는 혜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성년이 된 뒤라 모든 기회를 놓쳤고 못 배운 한을 탄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안타까운 일은 국립 묘원에 아버지의 묘비도 있고, 현충일마다 참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사실대로 원호처에 호소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법적인 시효가 지났을 뿐더러 큰아버지의 아들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당시의 온 마을 주민이 증명을 하는데도 말입니다. 혹시 지금도 이런 류의 희생자가 생기지 않을까 주의할 일입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