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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말

'오디오 마니아' 의정부지법 장욱 판사

음반 걸고 스피커 앞에 앉아 눈 감으면 황홀한 소리여행…

어린시절 집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아주 오래된 구닥다리 전축이 한 대 있었다. 난 특유의 잡음을 신호로 음반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튜너 계기판의 조그마한 틈새를 비집고 흘러나오는 조명불빛과 카트리지의 세밀한 움직임에 마음을 빼앗긴 채 음반이 다 돌아갈 때까지 전축 앞에 앉아 있곤 했다.

그렇게 시작된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학창시절 대부분의 용돈은 음반구입에 사용됐고, 경제적 여유가 생긴 뒤로는 수집한 음반을 제대로 울려 줄 수 있는 음향기기에 대한 갈증이 슬슬 시작됐다. 하지만 소위 하이파이(Hi-Fi, High Fidelity의 줄임말로 일반적으로는 좋은 음질을 내주는 오디오 시스템을 통칭함)라고 하는 고급 오디오는 형편상 구입하기가 어려워 고급 헤드폰을 사용하는 소위 헤드파이(Head-Fi)를 구입해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헤드파이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고음질의 음악을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더운 여름철에는 귀 주변에 다량의 땀띠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청력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헤드폰을 통해 일단 하이파이음질의 맛을 본 사람은 그 길에서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이 때부터 소위 오디오 시스템 구성을 위한 '지르기'가 시작된다. 오디오 시스템은 크게 소스기기, 앰프, 스피커로 구성되는데 일반적으로 각 구성부가 세분화 될수록 고급기로 인정된다. 앰프의 경우 컨트롤 타워인 프리앰프와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파워앰프로 나눠지는 데 그 또한 앰프 하나로 양쪽 스피커에 연결하는 스테레오 앰프와 각 스피커마다 앰프를 별도로 구성하는 모노 블럭으로 나뉘며, 심지어 각 앰프의 전원부 마저 별도로 분리시켜 가격 매우 높다.



일단 입문용으로 비교적 저렴한 비용의 시스템을 구성해본다. 찾고 있던 물건이 오디오 장터에 나타나면 전국 어디든지 달려간다. 하지만 오디오라는 것이 참으로 오묘해서 비싼 것들끼리 붙여준다고 무조건 좋은 소리를 울려 주지는 않는다. 오디오도 인연이라는 것이 있는지, 한 번은 당시 인기 최고의 앰프가 매물로 올라왔는데 이미 예약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혹시 안 팔리면 연락 달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는데, 첫 번째 예약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그 다음 예약자에게 전화를 한다는 것이 저에게 연락이 왔다. 그렇게 우연히 구입하게 된 그 앰프는 지금도 나의 메인시스템으로 맹렬히 활동 중이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시스템 구성을 일단락 지었다. 비록 비싼 몸값은 아니나 나름 어려운 관문들을 뚫어낸 정예요원들이다. 레드 제플린의 음반을 걸고 스피커 앞에 앉는다. 눈을 감고 주변의 공기가 차분해지기를 기다린다. 부유하던 먼지들마저 가라앉은 듯한 고요함. 드디어 지미 페이지가 기타를 들고 홀연히 제 왼쪽에서 나타나 핑거링을 시작한다. 잠시 후 오른쪽에서 나타난 로버트 플랜트가 울부짖기 시작하면 뒤따라 존 본햄의 과장되지 않은 묵직한 드럼이 가슴 속 밑바닥을 울려 답답함을 일거에 날려버린다. 헤드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공간감과 청량감이란.

지금까지 많은 오디오들을 들어 본 건 아니지만 대부분 비싼 것들이 비싼 소리를 들려준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비싼 소리일 뿐 좋은 음악까지 들려주지는 않는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내는 희열, 이러한 점이 오디오를 취미로 삼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여러분도 이번 주말 자신의 이상향(理想響)을 찾아 떠나 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