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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로(老)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로(老)는 "늙다, 익숙하다" 등의 뜻을 가진 한자입니다. 글자 모양이 나이 많은 노인을 상형한 것으로 갑골문에서 밝혀졌습니다. 머리와 수염이 길고 허리가 굽었으며 지팡이를 짚은 모양을 문자로 나타낸 것이 로(老)라고 합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젊음이 그립고, 화려했던 옛날이 그립게 마련입니다. 몸은 늙어도 지혜는 더 밝아지는 것이 노인(老人)입니다. 살아온 경륜이 보태져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익숙하다"의 뜻도 "노련하다"의 뜻도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나이 일흔이 되면 자발적으로 왕에게 벼슬을 내어 놓고 귀향 신청을 했습니다. 이를 치사(致仕)라 했지요. 이 때 쓰는 용어가 "해골을 빈다"라고 합니다. 살아서 고향에 돌아가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임금은 그 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편히 앉을 수 있는 의자와 지팡이 하나를 하사(下賜)합니다. 이 지팡이가 청려장(靑藜杖)입니다. 명아줏대로 만든 가벼운 지팡이입니다. 요즈음 황조근정훈장과 비교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기로소(耆老所)에 이름을 올립니다. 기로소는 국가에 공이 있는 원로들의 양로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선 중기 이후에는 기로소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에 제한을 두기는 했지만 정경(正卿)으로서 70세 이상된 문신이면 해당되었습니다. 숙종 때에는 이들을 기로당상(耆老堂上)이라 하여 관아의 서열에서는 기로소가 으뜸을 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기로소는 임금의 탄신일과 정조(正朝,설날), 동지, 그리고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왕이 행차할 때, 모여서 하례(賀禮)를 행하거나 중요한 국사(國事)의 논의에 참여하여 왕의 자문에 응하기도 하는 역할도 하였습니다.

맹자에 득기소재(得其所在)라는 말이 나옵니다. 자기에게 가장 어울리는 자리에 있다는 뜻입니다. 푸른 초장을 찾는 동물도, 물가를 거니는 백조도 제자리를 얻으면 안락하고 평화롭다는 말입니다. 하물며 사람이 제 역할을 다하고 나이가 들어 물러나 기로소에 들든지, 그에 못 미치든지 간에 알맞은 처소에서 할 만한 일을 하며 지내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노욕(老慾)에 젖어 물러날 줄 모르는 노인(老人)은 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욕심을 떨치고 맑고 고아한 자태로 살아 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사실, 이것은 모든 늙은이들의 소망이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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